[책마을] 거장들의 비밀스런 사생활…명작의 뒷이야기

입력 2024-03-08 17:41   수정 2024-03-09 01:23

주말 아침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수많은 뉴스 중 매번 눈길을 확 끄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있다. 무심코 누르니 나오는 건 웬 화가 이야기. 신기한 건 반응이다. 제목을 보고 ‘낚여서’ 들어온 독자가 적지 않은데도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등의 칭찬이 가득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본다는 댓글, 매주 연재를 기다린다는 반응도 적잖다.

2022년 6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되며 4000여만 명의 독자에게 화가와 작품을 소개해 온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이다.
○화제의 그 칼럼이 책으로
독자들의 숱한 출간 요청을 받은 이 칼럼이 마침내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으로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인 성수영이 썼다. 칼럼의 인기 덕분에 저자는 포털사이트 고정 구독자 수를 기준(5만4000여 명, 네이버 기자페이지)으로 국내 문화·예술 분야 기자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쉽고 재미있다는 것.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는 화가 개인의 삶을 풀어낸다.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렸을 땐 화가의 심정이 어땠으며, 그림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서술한다. 예컨대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삶을 돌아보며 강렬한 화풍이 나오게 된 배경을 돌아보는 식이다.


풍부한 서술과 디테일한 내용은 저자의 철저한 취재에서 온다. 신선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국내 서적은 물론 각종 해외 서적과 수십 년 전 해외 전시 도록까지 뒤져 화가의 삶에 대한 사소한 정보까지 수집했다. 예컨대 르누아르와 그가 결혼 전 만나던 여자친구 사이에 숨겨진 딸이 있었고, 르누아르가 결혼 후 35년간 이를 숨겼다는 사실은 그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던 연구 결과다. 저자는 “많이 읽고, 조금 판단하고, 있는 그대로 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철저한 취재로 디테일 살려
화가가 살았던 각국의 시대상이 내용에 녹아 있는 덕분에 세계사에 관한 지식도 함께 쌓을 수 있다. 베네치아 화파의 거장 틴토레토를 소개한 부분이 단적인 예다.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귀족들이 어떤 취향을 가졌고, 얼마나 부유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19세기 활동한 프랑스 화가 귀스타프 카유보트의 삶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로 당시 유럽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딱딱한 역사책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반길 만하다.


인터넷 연재분을 다듬은 내용에 더해 책에서 처음 공개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빈센트 반 고흐와 알프레드 시슬리 등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세 가지는 책에서만 만날 수 있다.

미술사 거장들의 삶을 다룬 작품답게 인쇄 품질이 돋보인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색감의 커버는 한 꺼풀 벗기면 모네의 그림이 나타나 색다르다. 큼직한 그림이 시원스럽게 들어가 있는 점도 미술 애호가에게 반가운 지점이다.

‘한경arte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은 서울 지역 서점에선 이번 주말부터, 이외 지역 서점에선 며칠 내로 만나 볼 수 있다. 한경arte는 고품격 문화와 경제를 잇는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새로운 브랜드다. 책 시리즈에선 문화예술 전문가와 관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고품격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개한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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