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 '진퇴양난'…만기 또 연장

입력 2024-03-10 17:43   수정 2024-03-11 01:15

미국과 유럽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여파로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면서다. 해외 오피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투자자의 손실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달 29일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인근 투인디펜던스스퀘어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달 자산 매각을 완료하고, 투자자들과 이익을 나눈 뒤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청산을 5년 뒤로 미뤘다.

이 빌딩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임차해 우량 자산으로 꼽혔으나 오피스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자산 가치가 쪼그라들었다. 취득가액이 1억6243만달러(약 214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1월 자산재평가 결과 9240만달러(약 1219억원)로 40% 넘게 줄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 펀드도 지난달 독일 현지 대주단과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을 3개월 연장했다. 프랑크푸르트 업무지구에 있는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으나 공실률 상승 등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해 대출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대출 유보계약으로 펀드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면했다. 작년 10월이던 펀드 만기도 2025년 10월로 연장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21개로 설정액은 2조2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333억원이다.

만기 연장 대신 손절매하면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운용사들은 부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9-2호’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 오피스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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