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AA.36077700.1.jpg)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첫 번째 이유는 관세장벽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인 2018년부터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협상해 얻어낸 쿼터(직전 3년 평균 수출물량의 70%)만큼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고, 더 팔려면 25% 관세를 내야 한다.
미국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관세가 부담된다면, 현지에 공장을 짓는 방법밖에 없다. 방식은 전기로가 답이다. 투자 비용이 대략 5000억~1조원으로 고로 신설 비용(약 3조원)보다 훨씬 낮은 데다 전기로 고철을 녹이는 방식이라 철광석·유연탄을 활용하는 고로보다 탄소 배출량도 80% 적어서다.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철강 등 12개 수입 제품에 온실가스 배출 1t당 55달러의 세금을 매기기로 하고, 현재 세부안을 가다듬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기업에는 이만한 부담이 또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철강업체들이 쏟아낸 온실가스는 약 1억t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전기로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불순물이 많은 철스크랩을 재료로 쓰는 탓에 철광석을 원료로 하는 고로보다 품질이 낮아 자동차 강판 등 고급재에는 못 쓴다. 업계에선 전기로에 고로의 쇳물을 섞는 ‘혼합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는 미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관세장벽 탓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산 철강재 등에 6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중국이란 강적 없이 세계 최대 시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세계 4위 철강사 일본제철이 작년 12월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를 들여 미국 3대 철강사 US스틸을 인수한 것.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로 공장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