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이 ‘연구개발(R&D) 집중 신약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선대 회장의 배우자다. 2020년 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한미약품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12일 그룹 통합 계획이 발표된 뒤 송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누이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송 회장이 진행한 그룹 합병을 막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다툼도 벌이고 있다.
‘임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통합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송 회장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만큼 허술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들 주장처럼) 한미를 내버려두자는 태도로는 회사를 지킬 수 없다”며 “인수합병(M&A) 사냥감이 돼도 상관없다고 봤다면 통합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5000억원 넘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형제는 본인들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인 6인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을 신청했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된다. 지분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 회장은 “신 회장과는 얼마 전에도 만나는 등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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