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전세계 중앙은행이 지난 2년 간 2000톤이 넘는 금을 순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매입국인 중국과 폴란드, 체코 등 다수의 중앙은행이 대규모 수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예외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3년 이후 11년째 금 보유량 104.4톤으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최근들어 가장 금을 많이 매입한 것은 중국 인민은행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금 매입을 시작해 약 1년3개월 동안 300톤을 늘렸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작년 4~11월 130톤의 금을 매입했다. 싱가포르 통화청도 지난해 77톤의 금을 외환보유액에 추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이뤄졌다. 금 가격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트로이온스당 2195.1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22년 초 1800달러대였던 금 가격은 그해 말 1600달러대로 하락했다가 지난해부터 크게 치솟기 시작했다. 작년말 2000달러를 돌파했고, 올들어서는 더욱 상승세다. 최근 저점인 1600달러에서 금을 매입했을 경우 지금 3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금 가격이 뛰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경제 블록화가 나타나면서 일부 국가에서 달러화가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중국 등이 금 매입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은행들은 세계금협회의 설문조사에서 "금의 가치가 오르고 있고, 자산의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금 매입의 이유라고 밝혔다.
한은이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는 가격이 역사적 고점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미 금 가격이 고점에 온 만큼 투자를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이던 작년 6월에도 '고점'이라고 여겼다. 이후 22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더 오르면서 '그때만 샀어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금 매입에 나섰다가 수년간 '투자실패' 꼬리표가 붙었던 것도 금 매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은 외환보유액 변동현황을 분석해보면 한은은 2011년 7월 25톤의 금을 트로이온스당 1544달러대에 샀다. 그해 11월엔 1753달러에 15톤을 추가로 매입했고, 이듬해 7월과 11월엔 각각 1581달러에 16톤, 1735달러에 14톤을 매입했다. 마지막 매입은 2013년 2월로 20톤을 트로이온스당 1606달러에 사들였다.
하지만 한은의 금 매입 이후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00달러대로 하락한 이후 2018년까지 1100~13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평가손실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11년전 산 금이 수익구간으로 진입했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1~2%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고점이라고 평가하는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금 매입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한은은 금이 단기간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금을 매각할 경우 국가경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금협회의 데이터를 봐도 쉽게 금을 사고파는 중앙은행은 대부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다.
금의 역사적 수익률이 다른 자산에 비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이후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93%로 미국 국채(6.39%), 미국 주식(7.21%)와 유사한 수준이다. 변동성을 감안한 위험조정 수익률은 금이 0.26%에 불과해 미국 국채(0.96%)나 주식(0.44%)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앞다퉈 금 사는 신흥국 중앙은행
12일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 1월 39톤의 금을 외환보유액에 추가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 2022년 1081.9톤, 작년 1037.4톤을 매입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매입세를 이어갔다.최근들어 가장 금을 많이 매입한 것은 중국 인민은행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금 매입을 시작해 약 1년3개월 동안 300톤을 늘렸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작년 4~11월 130톤의 금을 매입했다. 싱가포르 통화청도 지난해 77톤의 금을 외환보유액에 추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이뤄졌다. 금 가격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트로이온스당 2195.1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22년 초 1800달러대였던 금 가격은 그해 말 1600달러대로 하락했다가 지난해부터 크게 치솟기 시작했다. 작년말 2000달러를 돌파했고, 올들어서는 더욱 상승세다. 최근 저점인 1600달러에서 금을 매입했을 경우 지금 3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금 가격이 뛰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경제 블록화가 나타나면서 일부 국가에서 달러화가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중국 등이 금 매입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은행들은 세계금협회의 설문조사에서 "금의 가치가 오르고 있고, 자산의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금 매입의 이유라고 밝혔다.
11년째 금 안사는 한국은행
이같은 중앙은행의 '골드 러시'에도 한국은 조용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1~2013년 금을 90톤 매입한 이후 더이상 금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 보유에 관한 리포트를 내면서도 "금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한은이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는 가격이 역사적 고점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미 금 가격이 고점에 온 만큼 투자를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이던 작년 6월에도 '고점'이라고 여겼다. 이후 22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더 오르면서 '그때만 샀어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금 매입에 나섰다가 수년간 '투자실패' 꼬리표가 붙었던 것도 금 매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은 외환보유액 변동현황을 분석해보면 한은은 2011년 7월 25톤의 금을 트로이온스당 1544달러대에 샀다. 그해 11월엔 1753달러에 15톤을 추가로 매입했고, 이듬해 7월과 11월엔 각각 1581달러에 16톤, 1735달러에 14톤을 매입했다. 마지막 매입은 2013년 2월로 20톤을 트로이온스당 1606달러에 사들였다.
하지만 한은의 금 매입 이후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00달러대로 하락한 이후 2018년까지 1100~13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평가손실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11년전 산 금이 수익구간으로 진입했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1~2%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고점이라고 평가하는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금 매입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한은은 금이 단기간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금을 매각할 경우 국가경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금협회의 데이터를 봐도 쉽게 금을 사고파는 중앙은행은 대부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다.
금의 역사적 수익률이 다른 자산에 비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이후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93%로 미국 국채(6.39%), 미국 주식(7.21%)와 유사한 수준이다. 변동성을 감안한 위험조정 수익률은 금이 0.26%에 불과해 미국 국채(0.96%)나 주식(0.44%)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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