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범 대표 올해 첫 인터뷰
“올해 두 자릿수 성장 도전
中 공략 등 해외 수출 강화
식음료 M&A로 덩치 키울 것
2030년 매출 2500억 목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최근 하루 평균 거래량 11만주 그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중국과 해외 신흥국 식음료 시장을 공략해 올해 두 자릿수 성장에 도전하겠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M&A(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박철범 흥국에프엔비 대표(55세)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의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식음료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 기업으로 초고압공정(HPP·High Pressure Processing)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비가열 처리 과일 농축액·스무디와 같은 음료 베이스와 주스·커피·디저트·빙수 등 카페 토탈 솔루션을 연구·개발 및 제조·판매한다. 사실상 ‘우리동네 카페 사장님 파트너’로 보면 된다. 본사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46에 있다. 삼성중앙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흥국에프엔비는 차별화된 제품 기획 및 개발 역량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제품만 200여 종이다. 국내 호텔·레스토랑·카페에서 이용되는 과일 농축액(시장 규모 500억원 추정)의 경우 점유율 약 40%를 자랑한다. JW메리어트, 포시즌스, 안다즈, 그랜드하얏트, 콘래드, 롯데 등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 다양한 주스를 공급하고 있다. 2012년 국내 첫 출시한 자몽 농축액 1.5L의 경우 지난해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단일 제품이 매출의 10%를 담당하는 셈이다.
삼성동 본사에 있는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한다. 충북 음성 공장(대지 3000평)은 약 1000억원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춰 주요 프랜차이즈 및 카페 사업자들의 메뉴 제조용 원재료가 되는 제품을 생산한다. B2B(기업 간 거래)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매출 확장을 시도 중이다.
회사의 전신인 흥국무역은 2000년에 설립됐고, 2008년 지금의 사명으로 법인 등록했다. 이후 최신 설비를 바탕으로 대형 프랜차이즈에 생과일 착즙 음료 베이스를 납품하며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2015년 8월 코스닥 상장했다. 2021년엔 푸룬(건자두) 전문 브랜드 테일러팜스를 인수했다.
사명 때문에 일각선 흥국그룹 계열사로 오해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 ‘나라를 융성하게 일으키자’는 興國의 뜻이 담겨 있다. 사측은 트렌드에 부합된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3년 전부터 ‘Hmade’를 시장에 알리고 있다. H는 Heartfelt(진심)와 Honest(정직), Hyungkuk(흥국에프엔비)의 앞글자를 따왔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엄선된 원료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안전하게 공급하고자 하는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다.
박철범 대표는 “지난해 첫 1000억원 매출 시대를 열었다”며 “올해는 중국 수출 확대 등 해외 영업력을 강화해 실적 상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자회사인 테일러팜스(지분 75% 보유)가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8개국에서 눈에 띄는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푸룬과 블랙체리, 무화과 등 다양한 종류의 건과일 및 주스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일러팜스의 경우 인수 직전인 2020년 매출 180억원에서 지난해 254억원으로 41.11% 뛰었는데, 흥국에프엔비의 사업 노하우가 더해진 결과다. 박 대표는 “제2의 테일러팜스를 찾고 있다”며 “식음료 회사 M&A를 적극 검토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2년 내 테일러팜스 상장 계획도 갖고 있다. 중장기 목표로 2030년 2500억원 매출에 정조준한다.
박 대표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스타벅스, 투썸, 폴바셋, 파리바게뜨)과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메가커피, 매머드, 빽다방) 등 B2B 영역에서 매출을 확장하고, B2C 전용 브랜드 ‘오늘의일상’(2019년 런칭) 홍보 강화로 일반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홈카페를 표방하는 ‘오늘의일상’은 밀크티, 스무디 등을 판매하는데 이마트와 온라인 채널로 유통된다.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해외 식품 박람회도 매년 참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점포 수는 2016년 5만1551개에서 2021년 9만6437개로 연평균 약 17%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2017년 7조8500억원에서 2021년 13조5200억원으로 연평균 14.5%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커피 전문점 시장은 2022년 1657억달러에서 2030년 2299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커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동네 카페, 레스토랑에 다양한 과일·채소 음료(에이드, 주스, 스무디 등)의 주원료를 제조해 공급하는 흥국에프엔비에겐 호재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술과도 연관이 있다. 하이볼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음료 및 주류 시장에 관련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흥국에프엔비도 자사 강점인 자몽 플레이버(맛)를 활용해 ‘리얼베이스 자몽하이볼향’ 제품을 선보인다.
이 같은 노력에 실적 질주다. 2020년 매출 504억원, 영업이익 2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잠정) 1011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각각 100.60%, 352% 뛴 것이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7.21%다. 2022년 기준 주요 품목별 매출 비중은 음료 베이스 39.4%, 푸룬 23.7%, RTD(사서 바로 마시는) 주스 12.7%, 커피류 9.9%, 스무디 4.8%, 기타(빙수, 파우더 등)가 9.5%다.
그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15일 종가는 2210원으로 전고점(지난해 6월 20일 고가 3260원) 대비 32.21% 하락했다. 호실적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ABC(AI 인공지능·BIO 바이오·CHIP 반도체)에만 쏠린 까닭이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 182억원, 부동산 자산 1013억원이다. 시가총액(88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총 주식 수는 4013만7827주로 최대주주는 오길영 대표(박 대표 부인) 외 특수관계인 50.80%를 갖고 있다. 자사주는 3.6%, 외국인 지분은 0.23%로 유통 물량은 약 45% 정도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11만주에 그친다. 15일 종가 기준 단순 환산 땐 2억4300만원에 불과하다.
주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배당성향 20%를 목표로 상장 이후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배당을 이어왔다”며 “지난해 1주당 40원의 배당 결정을 공시했다”고 밝혔다. 또 “오는 28일 주총에서 당사에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40억원)의 1.5배인 60억원을 초과하므로, 상법 제461조의 2에 따라 초과한 금액 범위 내에서 회사의 자본 준비금인 주식발행초과금 중 15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환된 배당 재원은 비과세로 배당소득세(15.4%)를 안 내도 된다. 올해부터 추진할 예정이라 작년 배당락일 기준 보유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자회사 테일러팜스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거래처를 늘리기 위해 인기 제품도 꾸준히 발굴할 예정이다. 다만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으로 ‘저가 공습’을 하는 건 부담이다.
사업가로서 성공한 박 대표가 청춘들에게 조언해 줄 말은 있을까. 그는 “10년이든, 20년이든 한 우물을 파면 주위 경쟁자들이 포기한다”며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오기 때문에 자신만의 무기를 계속 연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흥국에프엔비의 경우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는 실적이 강점이다”며 “3년 만에 매출이 2배 뛴 것은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다. 또 “매출 증가와 더불어 비용관리가 잘 돼서 영업이익률도 10%대로 개선됐다”며 “배당수익률도 2%로 코스닥 상장사와 비교해 준수한 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정된 가치주를 좋아하는 투자자들에게 어울리는 종목이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요 원재료가 과일로서 작황 및 수급에 의해서 가격 변동이 발생될 수 있고, 최근 높아진 원재료 비용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식음료 업종 특성상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없고, 거래량 부족은 사측이 개선해야 할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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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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