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과대학 학생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되고,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유급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집단 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 9일 비공개 총회를 연지 닷새만이다. 학교별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위 ‘빅5’로 불리는 수련병원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각각 회의 일정을 잡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5시 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했다. 지난 9일 비상총회를 열었던 연세의대 교수협은 이날 오전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앞으로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회의를 열고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가톨릭대 교수협의회도 이번 주중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법, 대학병원과의 겸임을 해제해 진료를 보지 않는 것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이 대응에 나선 것은 이대로 가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수업 거부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10곳이고, 나머지 30곳은 개강을 연기했다. 일단 문제는 수업거부가 이뤄지고 있는 10곳이다.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아 유급 처리 될 수 있다. 한림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오는 14일이면 수업일수 미달로 유급이 될 수 있다.
개강 연기를 한 학교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1조가 ‘학교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이 학사 일정 연기 등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당장 오는 14일부터 집단유급이 시작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전자 설문 방식으로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전국의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3523명, 기타 소속의사 1657명 등 총 648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시국 선언에서 이들은 “정부는 의사들을 척결의 대상이 아닌 의료개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해달라”며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영연/이혜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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