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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선은 1853년과 1854년 매슈 페리 제독의 미국 동인도함대가 도쿄만(灣)에 진입해 통상·수교를 압박할 때 타고 온 함선을 일컫는다. 선체에 타르가 칠해져 있어 그렇게 불렸다. 한국판 ‘흑선’ 코스맥스가 내년 말 이바라키현에 공장을 완공하면, K뷰티 글로벌화의 한 축인 인디 브랜드들로선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을 생산해줄 모함(母艦)을 현지에 두는 효과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일본에서의 K웨이브가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주목된다. 올해 들어선 하루가 멀다고 우리 기업의 일본 공략 소식이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K뷰티는 일본에서 황금기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신제품 출시, 뛰어난 품질,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K뷰티의 일본 내 위상은 급상승하고 있다. 프랑스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입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2022년보다 23.8% 늘어난 959억4000만엔(약 8515억원)에 달했다.
패션·푸드 기업의 기세도 거침이 없다. 최근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기업 팝업스토어엔 어김없이 현지 인플루언서가 몰리고, 소비자의 긴 줄이 생긴다.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가 홈플러스에 잇달아 매장을 열었고, 블랙 라테로 유명한 후쿠오카 노커피는 압구정동에 곧 정식 매장을 선보인다.
내수시장 규모가 약 3000조원으로 한국의 세 배나 되는 일본이 K웨이브를 흑선에까지 비유하며 경계하는 것은 엄살일 수도 있다.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일본 제조·유통사가 장악한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일본 시장을 두드리기 더 좋은 환경이었을 때가 있었나 싶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면밀한 시장 조사와 마케팅 전략으로 살려내야 한다. 일본을 더 이상 해외가 아니라 내수시장으로 보고, 과감하게 현해탄을 건너는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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