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로봇산업에서 벌어지는 경쟁 양상도 자동차와 비슷하다. 로봇 제조 시장을 장악한 건 중국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로봇 시장에 뛰어든 글로벌 테크기업의 눈은 다른 데 가 있다. 로봇용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시장이다. 로봇이 손가락을 좀 더 정교하게 구부릴 수 있게 하고, 가야 할 곳에 빠른 속도로 도달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게 글로벌 로봇 시장의 패권을 결정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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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LG전자 눈에 들어온 게 베어로보틱스다. 이 회사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관련 스타트업이다. 서빙 기능에 특화된 배송 로봇을 앞세워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량,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 제어 기술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와 협업해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예컨대 화물 배송 로봇을 제조하는 A사, 서빙 로봇에 특화된 B사 등에 LG전자가 로봇용 소프트웨어를 구독형으로 제공해 매달 ‘구독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론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용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제시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OS 같은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MS,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이들은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제공해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MS의 ‘MSRDS’와 ‘인텔리전트 로보틱스’, 구글의 ‘구글 클라우드 로보틱스’, 아마존의 ‘로보메이커’, 메타의 ‘드로이드렛’ 등이 대표적인 로봇 SW 개발 도구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역할을 하는 OS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소프트뱅크는 자체 OS ‘NAoQI’를 개발해 공개했다. 아마존, MS 등도 OS 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로봇의 핵심은 사람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백조원대 로봇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로봇기업 간 합종연횡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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