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매가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전세는 매매시장과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근본적으로 임대차시장의 한 형태다 보니 주택 매수 수요와 임차 수요가 명확하게 나뉠 때 매매시장과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매매가 약세를 예상한 수요가 매매보다 임차시장을 선호할 때 최근과 같은 디커플링이 발생한다.
디커플링이 발생한 과거 사례로는 2012~2013년이 지금과 가장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당시 주택시장 상황을 돌이켜보면 2008년까지 장기 상승한 주택 가격이 리먼 사태 이후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어 오랜 기간 약세를 이어간 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참고로 이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 내림세는 약 30개월간 지속됐고 전셋값은 일시적인 하락을 제외하면 지속적인 하락을 겪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지금의 주택시장이 2013년과 닮았다고 말하는 원인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과거와 비슷한 주택시장 흐름이지만 지난 10년간 시장 참여자의 행태는 상당히 많이 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의 대중화’에 있을 것이다.
정보 획득이 제한적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내가 보유한 자본 금액이 얼마인지만 입력하면 갭투자 가능 단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갭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 어디인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수요자의 활발한 시장 참여가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갭투자를 고민해볼 정도로 매력적인 수준일까.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5% 수준이며 서울은 52.4%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아파트 전세가율 평균치가 전국 64.2%, 서울 55.1%라는 점에 비춰 볼 때 현재 전세가율은 장기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 시장과 가장 닮았다는 2013년(6월 기준 전국 63.7%, 서울 56.7%)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전세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 시장 상황이 과거에 비해 갭투자에 우호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무게 추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 ‘패닉 바잉’에 나선 수많은 젊은 세대가 활용한 주택 구입 방식이 바로 갭투자였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가장 극심한 고통을 받는 것도 무리한 갭투자에 나선 이들이다. 아마도 이들이 가장 간과한 부분은 갭투자의 본질이 ‘투자’에 있다는 점이 아닐까.
안정성을 추구해야 할 내 집 마련과 손실도 감내해야 하는 부동산 갭투자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섣부른 판단보다는 시장을 조금 더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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