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공동 문서를 발표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큰 틀에서 새로운 100년에 대해 양국이 정치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고 성과도 있었다"면서 "다만 그 이후에 새로 생긴 걸림돌, 도전 요인, 국제정세 변화를 다시 반영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선언이다.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가기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상호 방문·협의를 유지·강화하고 정례화 △각료급 협의 강화 △의원 간 교류 장려 △양국 간 문화·인적교류 확충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로 한국민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음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아울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도 명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교 정상화 60주년 계기로 새로운 공동 문서를 발표할 가능성에 대해 "일본과 협의를 해봐야 하고, 많은 전문가 및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함께 바라보는 비전도 한반도를 넘어 더욱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새 공동 문서 채택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관계자는 "협력 범위도 더욱 포괄적으로 넓히고 과거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인 약속, 희망 사항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며 "이런 준비를 앞으로 차차 일본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일 또는 한·미·일의 안보 협력체를 별도로 만드는 데 대해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데 집착하기 보다는 3국이 함께 규칙적으로 예측 가능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3월 16일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로 부침을 겪었던 오랜 세월을 딛고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자는 정치적 합의가 작년 3월 정상회담이라는 결정체로 나타났다"며 "그 반향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승화됐고, 그 결과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한·일 정식 정상회담은 지난해 3월 12년 만에 재개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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