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모두 성공한 기업가로 불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성과를 올린 회사를 창업했다. 두 CEO의 이력을 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연쇄창업자다.
머스크 CEO는 인터넷 기반 지역 정보 서비스업체 집2(ZIP2) 창업을 시작으로 엑스닷컴(현 페이팔), 스페이스X, 테슬라 등을 설립했다. 장 의장은 인터넷 기업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하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솔루션 업체 첫눈, 벤처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게임사 크래프톤 등을 잇따라 창업했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창업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가의 비중은 27%로 나타났다. 1년 전(13.7%)보다 두 배로 늘었다. 국내 유니콘 기업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창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가 설립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첫 사업으로 SNS 인기 기사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했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모델 관련 구인·구직, 숙박업 관련 물품 매매 정보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창업을 시작했다.
홈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가 이전에 공동 창업한 회사인 이큐브랩은 쓰레기 압축 솔루션 업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모바일 기반 실시간 설문조사 서비스 오픈서베이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 기업을 일군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국내에서 게임사 파프리카랩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분석 솔루션 개발사 딥블루닷의 이동희 대표와 윤관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해외에 2300억원에 팔린 AI 스타트업 수아랩의 공동 창업자였다. 숏폼 마케팅 플랫폼 닷슬래시대시를 만든 이창우 대표는 쇼핑몰 텐바이텐, 미디어 커머스 29CM 등을 창업했다.
연쇄창업자 중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성과를 낸 유형이 적지 않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는 8전9기로 유니콘 기업을 일궜다. 소셜미디어(SNS) 울라블라, 모바일 투표 앱 다보트 등을 거쳐 내놓은 서비스가 토스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가 넘는 동영상 앱 아자르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 대표는 검색엔진, 사진 스튜디오 등으로 10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박현호 크몽 대표도 역시 10전11기를 겪었다. PC방 관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전자기기 쇼핑몰도 세웠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접었다.
클라우드 컨설팅 기업 베스핀글로벌 창업자인 이한주 뉴베리글로벌(베스핀글로벌 지주사) 대표가 처음 창업한 IT 인프라 기업 호스트웨이는 미국 사모펀드가 5억달러(약 6553억원)를 주고 매입했다.
미국에서는 일명 ‘페이팔 마피아’ 출신 연쇄창업자들이 유명하다.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을 세우고 이베이에 매각한 공동 창업자들이 잇따라 다시 창업에 나섰고 성공을 이어갔다. 머스크 외에도 기업용 SNS 링크트인 설립자 리드 오프먼, 리뷰 사이트 옐프 창업자 제러미 스토플먼 등이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다.
최근 연쇄창업자 증가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전 창업에서 얻은 경험이 재창업의 큰 자산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창업 경험자는 우수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를 쉽게 구하고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이런 기업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의 재창업 지원도 늘었다. 중기부는 올해 재창업자금 지원 규모를 연간 7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지원 자금의 거치 기간을 1년 연장해 자금 상환 압박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전체 융자 기간도 1년 연장했다.
정부는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한 사람의 파산, 회생, 연체 기록 등 부정적 신용정보를 은행이 볼 수 없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재창업 기업의 부정적인 신용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해 정책·민간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취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