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을 잇달아 발행하자 ‘채권 개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땅한 고수익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연 6~7%대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기업들도 기관들로부터 당초 기대했던 자금을 모으는 데 실패하자 개인투자자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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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28일 8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2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았지만 480억원어치만 들어왔다. 신용도가 낮은 탓에 보수적인 기관투자가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를 ‘A-’(안정적)로 평가했다.
하지만 추가 청약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수요가 대거 몰렸다. 공모 희망 금리(연 6.2~6.8%) 최상단인 연 6.8%로 조달 금리가 매겨지자 미매각 물량 대부분을 개인들이 사들였다.
연 7.3%의 고금리가 책정된 CJ CGV 신종자본증권도 채권 개미들의 관심 상품이다. CJ CGV는 15일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열린 기관 수요예측에선 240억원의 주문만 확보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책정됐다. 신용도 우려 등으로 주문을 꺼린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연 7.3%의 고금리 메리트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 뒤 조기 상환권이 부여됐다는 점도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다. 만기가 30년이지만 관행적으로 조기 상환권을 실행하는 신종자본증권 특성상 사실상 2년 만기 회사채와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투자를 고려하는 개인투자자가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하락하면서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테일 담당자는 “증권사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고려하더라도 연 6~7%대 이자 수익을 따박따박 낼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며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고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가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로 갈아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조달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리테일 시장 공략에 더 신경 쓰고 있다. 15일 5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추가 청약을 진행 중인 푸본현대생명보험은 조달 금리를 기존보다 0.1%포인트 올린 연 6.9%로 확정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신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원리금 상환 여부 등 투자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는 재무지표가 악화한 기업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우려가 큰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AA급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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