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서학개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악재가 잇따르며 주가가 지지부진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대신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몰려들고 있다. 증권사도 서학개미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30억743만6249달러(약 3조9999억원)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 금액이 7억6294만14달러(약 1조147억원)였던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지수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강세를 보여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마감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 지수도 같은 날 장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핵개미 투자 열풍은 뜨겁지만, 테슬라를 바라보는 눈길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서학개미는 테슬라 주식을 4693만달러(약 625억원)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순매수결제 종목 가운데 8위에 그쳤다. 1월까지 테슬라는 해외주식 순매수 1위였지만 지난달엔 2위로 물러났고, 이달 들어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자리는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꿰차고 있다. 이번 달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2억8733만달러)였다. 테슬라와 달리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 80%가량 폭등했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1억2110만달러)였다. MS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제품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매출을 키우고 있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서면 20% 넘게 내리며 170달러를 밑돌고 있다. 종가 기준 테슬라가 1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작년 5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테슬라는 올 들어선 34.16%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6%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부진은 더 뼈 아프다.
전기차 업황이 부진한 점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를 포함한 9개 증권사는 테슬라에 '매도' 또는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투자자가 테슬라를 팔아치우며 보관 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관금액은 93억5006만달러(약 12조원)로 1위 자리는 유지했다. 다만 연초 대비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 가까이 빠졌다. 엔비디아(85억8207만달러)가 테슬라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편 서학개미를 유치하려는 국내 증권사의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수수료 무료, 환율 우대, 경품 지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말까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 매수할 때 온라인 수수료를 무료로 해준다. 삼성증권도 온라인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투자자에게 40달러를 입금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모바일 쿠폰, 주식을 제공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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