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70년간 이어온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의 막을 내렸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정관변경 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최대주주인 영풍은 이제까지 고려아연 경영진과 간접적으로 부딪혔으나 경영 판단을 막지는 않았다. 이번 표 대결 과정에서 양측은 소통을 단절하는 등 이미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AA.36170902.1.jpg)
하지만 외국 합작법인뿐만 아니라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로 끝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한화의 외국 법인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양측의 지분율이 33%(최 회장) 대 32%(장형진 영풍 고문)로 역전되기도 했다. 정관변경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고려아연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영풍이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는 장 고문과 최 회장 등 창업주 집안이 고려아연을 놓고 벌인 첫 표 대결이다. 두 회사는 매년 정기 주주총회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도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영풍은 정관변경 안이 부결된 점을 부각했고, 고려아연은 배당안이 통과된 점을 강조했다. 영풍이 주주총회 도중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고려아연 측에서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