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증권사 역시 관련 수혜주를 중심으로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공기업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역난방공사의 목표주가가 연초 대비 92% 상향 조정됐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277개 종목 가운데 새해 들어 목표주가가 높아진 곳은 151개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 가운데 5곳을 긍정적으로 본 셈이다. 변동이 없던 종목은 4곳(1.44%), 나머지 122곳(44.04%)은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목표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뛴 종목은 지역난방공사였다. 증권사들은 1월 2일 3만333원에서 3월 18일 6만4000원으로 92% 높여 잡았다.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전력 역시 이 기간 목표주가가 31.93% 상향됐다.
공기업의 목표가가 상향 조정된 데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인 만큼 공기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미뤄졌던 요금 인상도 총선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지주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올해 증권사들은 메리츠금융지주(35.65%), JB금융지주(17.73%), 신한지주(17.27%) 등의 평균 목표주가를 올렸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가 높다"며 "업종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하지 못한 만큼 금융주 수요가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2차전지 관련 업체의 평균 목표주가는 일제히 내려앉았다. 증권사들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연초보다 21.15% 내린 58만5294원으로 잡았다. SK이노베이션(-19.68%), 포스코퓨처엠(-16.12%), 엘앤에프(-15.82%), LG에너지솔루션(-15.04) 등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서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향한 증권가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에스엠엔테인먼트는 목표주가가 연초 대비 23.79% 내려갔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도 각각 17.32%, 13.69% 각각 하향 조정됐다. 엔터 업종은 중국 K팝 팬덤 구매력이 많이 감소한 데다 아티스트 활동 불확실성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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