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1일 12: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달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던 기업 8곳 중 4개 기업이 다음 달 이후로 청약 일정을 미뤘다. 금융감독원이 ‘파두 사태’를 이유로 기업의 실적과 재무 현황 등 증권신고서를 깐깐하게 살펴보면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7개 기업 가운데 민테크와 이노그리드, 코칩, 노브랜드 등 4개 기업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간정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 가운데 중요한 사항에 대해 보충이 필요할 경우 기간정정을 통해 상장 일정을 재설정한다. 이달 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던 4개 기업의 일정이 다음달 말로 연기됐다.
금감원의 심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바이오기업인 디앤디파마텍에 증권신고서 정정제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틸론 이후 금감원의 첫 공식 정정 요청이다. 통상 금감원은 주관사와 물밑 접촉을 통해 문제점을 알리고 주관사가 자진해 정정하도록 한다. 그만큼 디앤디파마텍의 신고서가 불완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당초 이달 공모청약을 받을 예정인 디앤디파마텍은 이달 말에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일정을 다시 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깐깐한 심사로 IPO 일정이 연기된다는 증권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금감원은 “기간 변경을 최대 1주일 내외로 정해 상장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상장기업 심사 기조는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원위치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파두의 ‘뻥튀기 상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인 파두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1202억원을 제시했으나 2분기 매출 5900만원, 3분기 매출 3억2000만원에 그치면서 주가가 45% 가량 하락했다.
이후 2분기 실적을 숨기고 상장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투자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은 금감원 특별사벌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파두 사태 이후 금감원이 기업의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특례상장기업 등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IPO를 하는 기업은 당분간 상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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