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00년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이후 신사업 분야에서 두 차례 실기를 범하면서 자신들이 전매특허로 표방해온 ‘초격차’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추격하는 처지가 됐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실책은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인 파운드리에서 제때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다. 2010년대 후반 메모리 호황을 지렛대로 적극 투자에 나서야 했지만, 단기 수익에 매몰돼 신사업 역량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그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1%에 그쳐 대만 TSMC의 61%와 견주기조차 힘든 정도가 됐다. 두 번째 실책은 인공지능(AI) 칩에 필수로 여겨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늦은 것이다. 이 분야에선 SK하이닉스가 선두로 올라섰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치고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지난해 세계 4위로 미끄러져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TSMC(668억달러), 인텔(514억달러), 엔비디아(495억달러)가 모두 삼성전자(459억달러)를 추월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앞으로 2~3년 내 1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행히 세계 반도체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두 가지 무기를 장착했다. 하나는 조만간 완공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으로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의 수주가 기대된다. 다른 하나는 AI 특화 패키지인 ‘마하 1’이다. 데이터 병목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전력효율은 8배 높일 수 있는 칩이다. 삼성전자가 연내 출시하면 HBM을 대체하고 엔비디아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AI 가속기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 확보다. 파운드리는 기술과 수율, 공급능력 등을 설계업체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변명이 아니라 내부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새출발을 다짐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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