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김포시청 인근에 나붙은 현수막 문구다. 서울 편입 아이디어를 들고나온 김병수 김포시장에 대한 기대가 다양하게 표현돼 있다. 김 시장이 쏘아 올린 ‘메가시티론’은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전반을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메가시티론을 듣고 있다 보면 ‘이렇게 체계 없이 행정구역을 바꾸자는 주장을 해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김포 주민 중 ‘김포는 서울 생활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서울 인근 거주자들이다. 김포 서북단 끝에 사는 이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통계를 살펴보면 더 혼란스럽다. 김포시는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2020년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 중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약 16만3000명)다. 출퇴근 인구수만 따져 보면 김포시는 6만여 명으로 경기도 31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1번째 수준이다. 물론 심리적 거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주민들이 평소에 겪는 불편한 점이나 아쉬운 점이 클수록 행정구역 조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조정이 통계 데이터 뒷받침도 없이 목소리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면 문제다.
각 지자체나 주민들의 행정구역 개편 주장이 모두 데이터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 또는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의견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주장에 가닥을 잡아줘야 할 ‘중앙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요청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정치인들의 눈치만 살피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입을 뗀 것은 최근이다. 선거철이 지난 다음에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행정체제 개편’을 1호 과제로 정하고 ‘미래지향적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칭)를 꾸리겠다고 했다.
여전히 정해진 것은 없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행정구역 개편 시 경제성 효과 등을 따져볼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효과 분석 모델이 있느냐, 구역 개편에 동의하는 지자체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30년 만에 진행되는 행정자치제도의 전환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선 곤란하다. 정부는 선명한 기준과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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