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온 ‘폐쇄적 생태계’가 이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21일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평가다. ‘애플 제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국 정부가 애플 성장의 원천인 하드웨어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을 극대화한 애플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소송이다. 초강력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이 새로 시행된 유럽에선 애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지목했다. DMA에 따라 앱스토어를 개방해야 하는 애플이 이 규정을 잘 준수하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유럽과 미국 정부의 한껏 날 선 규제의 칼날은 다른 빅테크도 겨누고 있다. ‘시장지배력’과 ‘AI 윤리’를 중심으로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테크래시’의 문제가 글로벌 산업과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EU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이들이 제공하는 운영체제(OS), SNS, 검색엔진 등 20여 개 서비스에 의무를 부여했다. 이들 기업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자사 서비스를 경쟁 업체보다 더 잘 보이도록 하는 ‘우대 행위’도 해선 안 된다.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반복적으로 위반 시 비율이 최대 20%로 올라간다.
미국 규제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이 광고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U와 미국에 이어 일본 영국 호주 등에서도 DMA와 비슷한 플랫폼 규제법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국제 사회에서도 AI 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 본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유지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유엔총회 차원에서 AI 관련 결의를 공식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지만 AI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기준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딥페이크와 같은 AI 콘텐츠는 진실을 훼손한다”며 “이번 결의는 AI가 인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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