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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도시를 야당이 수성하며 집권당은 참패의 결말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30년 집권’이 가능해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이스탄불에서 패한 집권당
31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누르고 이스탄불, 앙카라 등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날 튀르키예 국영 방송 TRT는 AKP가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인 CHP에 뒤처졌다고 밝혔다. 개표율 약 98.5%의 상황에서 AKP 득표율은 35.6%로 CHP(37.6%)보다 2%포인트 낮았다.특히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알려진 에크렘 이마모을루 현 이스탄불 시장은 다시 한번 민심을 얻으면서 야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은 개표 80% 기준 이마모을루 시장의 득표율은 50.6%로 집권당 AKP 후보(40.5%)보다 10.1%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현 시장은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상대 후보와의 격차가 100만 표 이상”이라며 “우리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인 동시에 이마모을루와의 대결이라 주목받았다. 2019년 이마모을루는 AKP의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꺾고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앙카라에서도 AKP가 CHP를 눌러 에르도안 대통령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AKP가 이의를 제기해 이스탄불 시장 선거가 무효 처리되기도 했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은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올해 선거에서도 이마모을루 시장이 연임에 성공해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는 2028년에 예정돼있다.
○유권자 “인플레이션 고통 못 참아”
집권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외신들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이 터키 대통령을 응징했다”고 비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50%로 인상했음에도 7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 로이터통신도 “튀르키예의 약진하는 야당이 주요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을 세게 때렸다”고 전했다.수도인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도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된 상황이다. CHP 소속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현 시장은 개표율 46.4%의 상황에서 58.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AKP 후보(33.5%)를 압도하자 승리를 선언했다.
아나돌루 통신은 AKP가 이스탄불, 앙카라를 포함해 5대 도시에서 모두 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비공식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선거가 진행된 81개 지역 중 36곳에서 CHP가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래 CHP가 기록한 가장 큰 승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AKP 중앙당사에서 “불행히도 우리는 지방 선거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당연히 국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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