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활용하는 PF 방식이 사업 여건에 맞지 않게 활용돼 구조적 문제가 심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PF 시장 회복을 위한 수요진작과 나아가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건설회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주택 공급, 인구 감소, PF 시장 활성화 등 시장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방안을 내놨다.
먼저 '건설·부동산 금융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금융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돼 왔다"며 "부동산 PF 역시 부동산 금융화 현상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는 우리나라 개발사업 여건에 맞지 않게 활용되면서 구조적인 문제점이 심화했다"며 "부동산 PF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사업 추진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위험 분담을 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PF 구조가 경제적 위기로 바뀌고 있는 구조는 부동산 정책의 혼란 때문"이라며 "정책에 따라 집값이 극심하게 변동하다보니 구조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사업 참여자들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돕고, 미분양을 해소하는 등 수요 진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론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규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가격 변화에 따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량 건설사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사들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이번 위기에서 드러난 과도한 개발금융수수료, 단기유동화증권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미시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는 등 상황이 맞물리면서 주택공급도 급감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 들어 주택공급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대해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선 공사비 급등, 주택경기 침체, 극심한 지역별 양극화 등 삼중고 속 공급량(착공 기준)이 전년 대비 55% 수준에 그쳤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은 전반적으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다만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방향은 바람직하나 세부적으로 일부 미흡하거나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분야가 있다"며 "선도지구 지정과 용적률 특례의 전제가 되는 특별정비구역의 지정요건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례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부담이 어려운 집주인이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단지도 꽤 있다"며 "금융구조를 도입하고 맞춤형 리모델링도 활성화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정비사업 절차 가운데 '사업 준비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 단계가 끝나면 도시정비법에 따라 본격적인 정비 사업이 시작한다"며 "섬세한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절차 전반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주택시장 구조변화에도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출산이 하락하면서 집값을 좌우하는 인구와 가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국내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감소세에 놓여 있는데 2060년엔 48.9%로 절반 이하로, 가구 수도 2040년부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공급 부족과 장기 수요 감소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선 단기적으론 경제 주체들이 경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단 점과 공급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두루 고려해 시장 정상화를 위한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론 인구와 가구 구조의 변화, 생애주기 수지 변화, 경제구조 변화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으론 노인 주택 공급방식의 재검토, 청약 및 세제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제도 개편안이 필요하다"며 "이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시스템 개편, 공공지원 민간임대 제도 확대, 아파트 매입임대 부활 등 개선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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