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은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 발효에 대비해야 합니다."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EU 인공지능법은 향후 글로벌 AI 규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벤처·스타트업 전문 로펌인 디엘지를 이끄는 조 대표변호사는 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테크 전문 변호사'로 꼽힌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재산대학원 겸임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는 한편 업계에 국내외 최신 산업 관련 법률 동향을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U는 2018년 '유럽의 AI 전략' 수립을 계기로 AI 관련 규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유럽의회는 2021년 '인공지능 법안'을 제안한 데 이어 수정 작업을 거쳐 지난달 13일 113개 조항으로 구성된 EU 인공지능법을 통과시켰다.
조 대표변호사는 "금지된 AI는 올해 연말부터, 고위험군 AI는 약 3년 뒤 순차적으로 발효될 예정"이라며 "국내 기업의 AI 상품·서비스 상당수는 고위험군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장 위헙도가 높은 '금지된 AI'는 AI 사용으로 안전, 생계 및 권리에 명백한 위협이 되는 경우다. 생체 인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인물의 민감한 특성을 분류·추론하는 AI 시스템 등이 해당한다.
'고위험군'은 AI 시스템이 제품의 안전 구성 요소로 사용되거나 제3자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품과 관계가 있는 경우 해당한다. 주로 주요 인프라, 고용, 교육 및 직업 훈련, 의료 및 은행 업무 등 필수 민간·공공서비스 관련 상품·서비스가 포함된다.
EU 인공지능법을 뒤따라 다른 국가, 권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 대표변호사의 분석이다. 그는 "투명성 요구·범용 AI 단계에선 인증 및 등록이 필요 없지만, 그 위 단계는 인공지능법에서 요구하는 인증이나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된 이후 뒤늦게 규제에 대응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국내 AI 관련 법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조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AI 관련 법안은 총 13건으로 일부 법안은 EU 사례와 같이 AI 위험도를 구분하고 있다. 그는 "국내 AI 산업은 활발하게 개발하고 투자받는 게 중요한 시점이기에 규제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많진 않다"며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AI 관련 규제 도입과 해외 규제 대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변호사는 "이제는 단순 법률 자문을 넘어 고객의 파트너로서 역할 하는 글로벌 종합 컨설팅 펌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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