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사업성으로 고전하던 서울 내 노후 과밀단지 149곳(8만7479가구)의 재건축 길이 열렸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문턱은 낮추고, 사업성은 높이는 대대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용적률 기준을 완화하고 공공기여 비율은 낮추는 등 재건축 사업이 멈춰 있는 단지에 길을 터주는 게 핵심이다.
특히 노후단지가 밀집한 강북권이 재건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데다 조합 내외부 갈등 등 변수가 다양한 만큼 투자 때 입지와 시세를 따져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주거지역은 1·2·3종에 따라 종별로 용적률이 제한된다. 반면 2004년 종 세분화 이전에 들어선 단지는 용적률이 완화된 당시 기준에 맞춰 지어져 재건축이 거의 불가능했다. 현재 기준을 초과하는 용적률만큼을 손해 보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구로구 구로동 ‘우방’(293%), 관악구 봉천동 ‘현대’(245%), 동작구 대방동 ‘대방대림’(272%)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발표로 해당 단지도 재건축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을 진행하던 단지 가운데 재건축을 검토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 ‘한신아파트’(용적률 249%)는 기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사업성이 더 커지며 아직 사업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아파트에 리모델링과 재건축 추진 현수막이 둘 다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기준용적률 210%에 허용용적률이 20%’인 3종 일반주거지역에 보정계수를 적용하면 허용용적률이 최대 40%가 된다. 법적상한인 300%까지 받기 위해선 남은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보정계수를 적용하면 분양주택 285%, 임대주택 15%를 지으면 된다. 기존(분양 275% 임대 25%)보다 분양주택이 10%포인트 늘어난다.
택지지구로 조성돼 정비사업 가능 단지가 많은 노원구 일대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룡·삼호)이나 중계동 ‘중계그린’,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등이 거론된다. 전 가구가 소형(37㎡)인 상계주공5단지는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사업이 멈춰 서 있었다. 상계동 B공인 관계자는 “상계주공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한 단지가 많아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며 “상계 5단지는 시공사 해지까지 됐는데도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도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한 마포구 도화동 ‘도화3지구우성’은 용적률이 240%다. 단지 내 한 공인 관계자는 “입주민 연령대가 높아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며 “역세권이라 종 상향 등이 가능한 데다 분담금이 줄어든다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면목동 ‘한신’(232%), 도봉구 쌍문동 ‘현대 1차’(242%)와 ‘삼성래미안’(243%) 등도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재건축·재개발 변수가 워낙 다양해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범아파트는 서울시와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문제로 몇 달째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신속통합기획을 철회하자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잠원동 신반포 7차 역시 기부채납 문제로 조합과 비대위 간 갈등이 격화돼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서울시가 공공성 확보를 위해 요구한 단지 내부 공공통행로 등에 대한 주민 반대가 극심하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재건축은 변수가 많은 만큼 주변 시세 등을 보고 가격 반등이 예상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외부적 요인으로 사업을 고려조차 못 했던 지역도 검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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