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예인들이 호환(互換), 마마(??)만큼 무서워 한 것은 바로 입대였다. 군 복무로 인해 활동이 강제로 멈춰지는 '군백기'를 지나면 인기가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병역기피 범죄가 수년간 연예계에서 반복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가수들은 미리 녹음해 놓은 음원을 입대 후 공개하고, 배우들도 이전에 영화와 드라마를 미리 찍어 놓으면서 군백기 체감 기간을 낮췄다. 여기에 사전에 체결한 광고 등이 눈만 돌리면 노출되는 상황인 만큼 군 복무 중인 모습이 포착되지 않으면 "휴식기를 갖는지, 군대에 갔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또한 군 복무 중 휴대전화 사용도 허용되면서 팬들과 소통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멤버들이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입대하며 군 복무로 인한 완전체 활동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쓴 방탄소년단의 경우, 멤버들이 입대한 후에도 팬들의 이탈을 막는 '떡밥'을 꾸준히 선보였다.
입대 전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던 뷔는 지난달 15일 솔로 신곡 '프렌즈(FRI(END)S)'를 발매했다. 이 곡으로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13위에 오르면서 솔로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제이홉은 전역이 7개월가량 남았지만 오는 28일 다큐멘터리 '홉 온 더 스트리트'를 공개하고, 29일엔 스페셜 미니 앨범 '홉 온 더 스트리트 볼륨 원을 발매한다. 지난해 9월 입대한 슈가는 유튜브 웹 예능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를 여전히 선보이고 있고,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일주일에 2~3회 이상 새로운 콘텐츠가 공개되고 있다. 모두 멤버들이 입대 전부터 준비해둔 것들이다.
이도현 역시 입대 후 티빙 오리지널 '이제, 곧 죽습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2', 영화 '파묘'까지 줄줄이 공개되며 군 복무 사실을 잊게 했다. 이도현은 입대 직전 JTBC '나쁜엄마', 넷플릭스 '더글로리' 등을 연속해서 선보이며 '열일'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는 '나쁜엄마' 종영 인터뷰 당시 "잠깐이지만 '나쁜엄마'와 '파묘'와 다른 특별출연까지 촬영이 한꺼번에 3개 작품이 겹치는 시기도 있었다"며 "각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고,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입대 후 개봉한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도현은 최초로 군 복무 중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여기에 겹치기 촬영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MZ 무당'의 표본인 봉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다.
이도현은 '파묘'가 파죽지세로 관객을 동원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군 복무 중이라 직접 인사드리지 못해 글로 인사드려 죄송하다"며 "관객 수 기사를 접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400만이라니,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많은 팬분과 관객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직접 고마움을 전했다.
여기에 군대에서의 일거수일투족도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도현은 공군 군악의장대대의 일원으로 진해 군항제에 참석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대한민국공군 유튜브 채널은 이도현이 진해 군항제에 참석한 모습, 군항제 공연을 열심히 준비 중인 모습들을 영상에 담아 업로드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강원FC'에 'BTS 뷔가 강원 FC' 경기를 보러 왔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쇼츠 영상에는 이날 강원도 춘천시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 강원FC와 FC서울의 경기를 관람하는 뷔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강원 FC는 춘천 신북읍에 있는 육군 제2군단과 2018년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제2군단 소속인 뷔는 전우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춘천 연고 팀인 강원을 응원하러 왔다가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가수 겸 배우 황민현, 지난 2일 배우 송강이 입대했고, 오는 15일에는 그룹 NCT 태용이 나라의 부름을 받는다. 배우 김영대, 나인우 역시, 연내 입대가 예정돼 있다. 몸은 군대에 있지만 황민현은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 송강은 '스위트홈3'가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영대 역시 tvN '손해 보기 싫어서', MBN '완벽한 가족'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한 엔터 홍보 전문가는 "군백기라는 심리적, 물리적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 기간 동안 더 많은 것들을 선보일 수 있을지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OTT 플랫폼이 늘어나고, 사전 제작이 많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역과 동시에 출연작을 결정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에도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직후 입대한 강태오가 지난달 19일 전역하며 tvN '감자연구소' 출연 소식을 전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최근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장기 프로젝트로 선보여지는 경우가 많아 전역 시즌에 맞춰 촬영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미리미리 스케줄을 맞춘다"며 "촬영을 마쳐도 공개 시점이 늦춰지면 공백기가 길어지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편성 시기가 명확한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복귀작으로 선택하는 이유다"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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