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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은 원·엔 환율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시기였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지난달 21일 100엔당 875원85전으로, 작년 11월 28일(872원79전) 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종전에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밑으로 하락하면 향후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 자금이 유입돼 엔화예금 잔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5979억엔에 불과하던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원·엔 환율이 하락하자 같은 해 11월(1조1971억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1월부터 24시간 365일 ‘환전 수수료 무료’ 등 파격적인 외환 서비스에 나서면서 엔화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엔테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정작 일본은행이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0.1%로 인상한 지난달 19일 100엔당 891원39전에서 21일 875원85전으로 오히려 급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긴 했지만 대규모 국채 매입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 통화정책을 크게 전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엔화 가치의 큰 변화를 이끌기엔 너무 작았고, 향후 추가적인 긴축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메시지도 없었다”며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호조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의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엔테크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서 연구위원은 “일본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매우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엔 환율이 올해 2분기까지는 890원대 안팎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도 “원·엔 환율이 앞으로 많이 올라도 연말까지 910~920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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