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선 후기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따르면 조선팔도에서 날마다 소 500마리가 도살되고 성균관과 한양 5부 안의 24개 푸줏간, 300여 고을의 관아에서 소고기가 판매됐다고 한다. 성균관에선 공부에 지친 유생들의 보양을 위해 소 도축이 허용됐는데, 여기서 나온 소고기가 시중에 팔리기도 했다. 소고기가 성균관을 먹여 살리는 ‘돈줄’ 역할을 한 것이다.
저절로 죽은 소는 허가를 얻어 매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소를 잡아놓고 ‘죽은 소’로 눈속임해 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이 펴낸 <세시풍요>에는 ‘명절이 다가오니 도처에 다리 부러진 소가 많다’는 시구가 나온다. 조선시대 소고기 열풍은 요즘으로 치면 치맥파티 같았다는 말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인천 계양에서 유세를 마친 뒤 SNS에 “계양 밤마실 후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라는 글과 저녁 먹는 사진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딱 봐도 소고기를 먹은 듯한데 ‘삼겹살’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당시 이 대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이 대표가 “소고기 좀 먹을까”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민 코스프레”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민주당은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면서도 무슨 고기를 먹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소고기를 먹는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굳이 논란이 될 일을 만든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서민 고물가를 이유로 연일 정부·여당을 비판하던 와중에 정작 본인은 비싼 소고기를 먹었다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건가.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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