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추천인 코드로 테무 신규 가입해 주실 분 매입합니다. 확인되면 바로 돈 보내드립니다."
각종 중고거래 앱이나 포털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테무 추천인 자리 삽니다'라는 게시글이 쉽게 발견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가 현금으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자, 온라인상에서 돈을 주고 신규 가입자를 사는 이른바 '추천인 매입'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단계 신규 회원 유치가 소비자의 사행성 심리를 자극하고, 10대 이하의 젊은 층도 이러한 마케팅 수법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무는 기존 가입자의 추천을 통해 신규 가입한 회원이 30일 이내 제품을 구매하면 추천인에게 10~30%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해당 행사에 참여하려면 가입자는 '테무 어필리에이트(Temu Affiliate)'라는 제휴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
한 달 안에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최대 1억원이다. 5만원 미만의 제품 구매 시 10%, 10만원 이상 구매 시 3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해당 수수료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 기존 테무 가입자들이 신규 회원에게 자기 돈까지 쓰면서 신규 회원 유치에 몰두하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추천인 링크나 코드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초대하면 테무 앱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한다. 포인트의 일종이다.
친구를 초대하면 미리 골라둔 사은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수십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골라둔 뒤 신규 회원을 영입하면 점점 금액이 깎여 종국에는 0원으로 제품들을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테무가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다 보니 앱테크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선 "가족 전부 가입시켰다", "처박혀있던 공기계 다 꺼냈다" 등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회원을 늘린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테무는 신규 이메일 주소만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휴대폰 번호가 필요 없어 이 같은 방식이 통하는 것이다.
심지어 테무의 현금성 마케팅 수법은 견고한 체계를 갖췄다. 가입을 유도하는 기존 가입자뿐만 아니라 신규 회원에게도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돼있다. 추천인 코드를 넣고 신규 회원 가입을 진행하면 장바구니 전 품목에 대한 일괄 30% 할인, 15만원 상당의 쿠폰, 제품 하나를 사면 나머지 3개 제품이 무료인 1+3 쿠폰 등을 무작위로 지급한다. 신규 가입자가 직접 검색해 앱을 다운받으면 이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신규 가입자 입장에서도 '이왕 가입할 거라면' 추천인 링크를 입력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테무 등 해외 직구 발 제품에서 검출됐다는 유해 물질들, 해외 직구 플랫폼들의 불분명한 개인 정보 운용 방식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와중에도 '가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테무의 신규 회원 유치 전략이 제대로 통한 모양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테무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안드로이드+iOS·중복포함)는 635만7428명을 기록했다. 지난달보다 200만명 넘게 늘었으며,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4월 이래 최고 기록이다. 테무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정식 출시됐는데, 동월의 MAU는 7867명에 불과했다. 한국에 상륙하고 8개월 만에 약 808배 폭증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 직구 열풍으로 테무를 사용하는 청소년층이 늘어날 여지가 큰 만큼 사행성 마케팅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종 현금성 마케팅과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10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행성 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면서 "별도의 가이드라인으로 마케팅 방식을 제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의 테무 MAU 통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10대 이하 사용자 또한 48만8779명으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월 전체 이용자의 7.6% 수준이다. 이에 더해 테무 회원가입이 불가한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부모님 아이디 등으로 앱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해선 파악할 길이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원은 지난달 발표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에 따라 중국발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와 상시 소통이 가능한 핫라인 창구를 확보했다. 소비자 불만 해결을 위해서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 측은 "테무의 경우 아직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건이 알리 대비 극히 적은 상황"이라며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테무도 피해 구제 접수가 늘면 추후 (핫라인을) 확보할 계획이 있다"면서 "해외 직구의 경우 판매자 정보와 거래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시 '국제 거래 소비자 포털'에 도움을 청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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