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장악력은 급격히 약화할 전망이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지만, 사실상 정부의 손발이 완전히 묶이게 됐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과제는 물론 입법을 통한 주요 정부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 차원에서 대통령실 및 내각의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쪼그라들게 됐다. 당장 총선 결과를 둘러싼 책임론이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에서도 이번 선거의 패배는 사실상 대통령실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우군이 거의 없어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거 결과를 확인한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침통’을 넘어 ‘경악’ 수준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기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대통령실을 향해 국정 기조 전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가 더욱 강하게 반발할 전망이다. 정부는 총선 이후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정책에 야당이 반대하면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없어서다. 이해관계자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연금개혁과 교육개혁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3대 개혁 외에도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 선뜻 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민감하거나 찬반이 크게 갈리는 법안은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법안뿐만 아니라 예산안 처리와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주요 각료의 대폭 교체도 불가피해졌다. 여당에서도 개각과 대통령실 조직 개편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의 정부 부처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은 “부처 공무원들이 국정과제 추진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드러내 왔는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기존 국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 시작한 민생토론회를 총선 이후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기존 국정 운영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총선 전에도 국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추진했다”며 “총선 전에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노력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정책 부문에 한해서는 기존 기조를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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