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중동 위험 고조에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려되자 외환당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주간 상승 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선을 웃돌기도 했다.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외환시장 충격이 우려되자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영향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현재 환율이 과거 '위기 수준'인 셈이지만 예전만큼 시장 불안이 크지는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서도 시장 혼란이 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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