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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반도체업계 모두에서 주목받던 시장이 아니었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능이 단순하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위상이 달라졌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차량 내부에 반도체 장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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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되는 곳이 반도체 시장”이라며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종합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회사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출신인 이 대표는 1999년 텔레칩스를 설립했다. 텔레칩스는 초창기 MP3플레이어용 반도체로 업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MP3플레이어용 반도체를 설계한 전문성은 카오디오까지 확장됐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MP3 시장이 소멸하자 이 대표는 카오디오를 설계하면서 쌓은 연구 성과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 중 특히 인포테인먼트(계기판 등에 각종 운행정보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돌핀’ 시리즈를 포르쉐,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가속 페달을 더 힘차게 밟고 있다. 자동차 내부에서 그동안 여러 칩이 기능을 나눠 담당했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칩에 다 통합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곧바로 뒤처지기 때문에 우리도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큰 투자를 하고 있다”며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자율주행분야뿐 아니라 차량 내부 통신을 원활하게 하고, 외부 침입을 막는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텔레칩스는 지난해 매출의 34%인 655억원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재투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나오는 우리의 모든 인포테인먼트칩에는 AI 기능이 들어간다”며 “ADAS는 상용샘플이 나왔고, 자율주행칩은 7월께 엔지니어링 샘플이 나온다”고 말했다. 텔레칩스가 설계한 제품의 양산은 주로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쓰고 있고, 최근 14㎚를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말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과 맞손을 잡았다. 텔레칩스의 시스텝온칩(전체 시스템을 칩 하나에 담은 기술집약적 반도체)이 콘티넨탈의 고성능 스마트 콕핏 HPC(고성능컴퓨터)에 적용돼 인포테인먼트, ADAS 및 클러스터 성능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양산으로의 성과는 2년 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1910억원, 영업이익은 82% 증가한 167억원을 기록했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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