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통해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수많은 전자제품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잘해도 애플과 겨뤄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일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인공지능(AI)과의 연결성을 계속 고도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은 18년 연속 글로벌 TV시장 1위를 차지한 데다 스마트폰도 애플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덕분에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AI를 잘 못해 어려움을 겪을지 누가 알았겠느냐”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위크 내 주방 가전 전시회 ‘유로쿠치나 2024’에서도 AI 기능과 연결성을 강화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애니플레이스 인덕션 등을 얼굴로 내세웠다. 한 부회장은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의 편리함을 알아가고 있는 만큼 아직 1등을 못 한 생활가전 사업도 올 하반기엔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는 7월엔 AI 음성비서 서비스인 ‘빅스비’에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기술을 넣을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세세한 것도 (AI가) 말로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단 올해 나오는 신제품에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비에 LLM이 적용되면 사용자가 “추워”라고 말하면 실내 온도를 높이고 “나 나갈게”라고 하면 알아서 TV와 불을 꺼준다.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만큼 AI 가전의 연결성도 한층 더 고도화된다.

그는 “삼성처럼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없는 만큼 기기 간 연결만 잘해도 엄청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자시장의 경쟁 구도는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페인(pain) 포인트’를 찾아 없애는 싸움이 될 건데, 이것이야말로 삼성이 잘하는 부분”이라고 자신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선보인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도 자랑했다. 출시 40여 일 만에 1만 대 넘게 팔리는 등 인기몰이하고 있어서다. 그는 “비스포크 AI 콤보 출시 이후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갔다”며 “다음달엔 비스포크 AI 콤보의 고급형, 일반형 모델도 새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전기업의 부상에 대해선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한 부회장은 “중국이 많이 따라오고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출 수 없다”면서도 “다만 삼성은 모든 가전기기를 AI로 연결하는 단계에 올랐지만 중국은 아직 하나씩 단품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라노=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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