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재무장관이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값싼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에 맞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원화와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공유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처음으로 만나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는 작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다.
이날 3국 재무장관은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공급망 취약성과 핵심 부문의 경제적 강압·과잉생산 등 다른 국가들의 비시장 경제 관행이 우리 경제에 줄 수 있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옐런 장관이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한 것을 고려하면 선언문에 적힌 ‘다른 국가’는 중국을 의식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이달 초 중국 광저우를 방문해 “중국의 생산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세계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고 저가 제품을 양산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를 3배 인상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을 겨냥해 “글로벌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라이즈·RISE)을 통해 함께 노력한다”는 문구도 선언문에 담았다. 라이즈는 광물 채굴뿐 아니라 가공, 상품 제조 등 공급망 전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라이즈를 활성화하면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들 재무장관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원화와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우려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다”고 했다.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미국이 원화·엔화의 급격한 절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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