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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읽을 시간 없어요."
일하느라, 공부에 집중하느라 여유롭게 문학이나 철학, 자기계발서 한 권 읽을 시간 없다. 그럴 듯하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이런 이유를 대며 1년 동안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유튜브와 틱톡 등 SNS에 빠져 책과 담을 쌓았다고 여겨졌던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9명이 책을 읽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결과에서다. 어른이 되면 책과 멀어지는 사회, 과연 바꿀 수 있을까.
성인들은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24.4%가 ‘일 때문에’라고 답했고,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TV·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란 응답도 23.4%로 많았다. 성인 67.3%가 정작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일하느라 바빠서, 남는 시간엔 유튜브 등을 보며 심신을 달래느라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었단 것이다.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서’란 응답도 각각 11.3%, 2.6%를 기록하는 등 생활 습관 자체가 독서와 동떨어진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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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청소년 학생들의 독서율은 95.8%로 4.4%P 증가했다. 연간 종합독서량도 1.6권 늘어난 36.0권을 기록했다. 종이책을 읽는다는 비율이 93.1%로 5.7%P 늘어난 것은 물론, 전자책 이용도 51.9%로 2.8%P 오르는 등 모든 매체에 걸쳐 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 시간으로 따져도 평일 기준 청소년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0분가량 늘어난 82.6분으로, 18.5분에 불과한 성인 독서 시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학생들도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 31.2%가 성인과 비슷하게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다만 학생들은 책을 읽는 이유로도 29.4%가 ‘학업에 필요해서’라고도 했다. 독서 방해요인인 학업을 독서 목적으로 삼는 점에서 성인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책 읽는 게 재밌어서’(27.3%), ‘자기 계발을 위해서’(13.9%)라고 답하며 독서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조사에선 성인과 청소년의 ‘읽기’에 대한 인식이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성인의 경우 지난 1년간 경험한 주요 읽기 관련 활동으로 ‘인터넷 검색 정보 읽기’(77.0%), ‘문자 정보 읽기’(76.5%), ‘소셜미디어 글 읽기’(42.0%)로 답한 반면, 청소년들은 ‘종이책 읽기’(95.6%), ‘만화책 보기’(67.6%), ‘웹툰 보기’(60.8%) 순이었다. 성인이 오히려 학생들보다 짧은 단위의 글 읽기 경향성이 두드러진 것이다.
문체부는 성인 비독자 유형을 구분하고 이에 맞춘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 우선 과중한 업무나 육아, 가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비독자가 된 ‘상황 기반 비독자’가 많다고 보고, 독서 경영 우수직장 인증과 기업·도서관 연결 등에 나서기로 했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교통정기권 구매와 연계한 독서캠페인을 비롯해 ‘15분 문화슬세권’ 등 다양한 독서 장려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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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해 비독자가 된 ‘의지 기반 비독자’를 위해선 실용형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독서 매개 활동을 돕고, 학업성취도나 국가경쟁력 등 독서가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보상에 대해서도 직접 실증해 알릴 계획이다. 난독과 집중력 부족 등으로 비독자가 된 ‘환경 기반 비독자’는 짧은 글이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이 담긴 전자책 등 긴 글 읽기를 보완할 수 있는 콘텐츠로 뒷받침한다.
문체부는 올해까지 비독자 특성과 독서 유인모델을 연구하고 이를 검증할 ‘독서 활동 유도 시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성인 독서율을 2028년까지 50.0%로 높이고 독서량도 7.5권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독서는 상상력과 사고력, 공감력 증진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질문하는 힘’과 ‘휴머니즘’을 키워주고 사회 구성원 간 이해와 소통을 높인다”면서 “독서율 하락 추세를 엄중히 인식하고, 향후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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