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미 명문 축구단 휩쓴 韓 진단업체

입력 2024-04-21 19:00   수정 2024-04-23 16:09

바이에른 뮌헨(독일),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세비야FC(스페인)….

국내 진단업체 타스컴의 만성질환 현장진단(POCT) 장비를 도입한 유럽 명문 축구 구단들이다. 선수의 부상 방지를 위해서다. 기존 혈액검사보다 검사가 간편하고 시간도 짧은 장점 덕분에 유럽은 물론 브라질 명문 축구 구단에서도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인근 타스컴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20개국 병원과 약국에 휴대용 POCT 기기 ‘심플렉스타스’를 수출 중인데, 예상 밖으로 유럽 프로축구단과 농구팀, 하키팀 등의 수요가 커 놀라고 있다”며 “세계 스포츠 의료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 농구 등 스포츠 명문구단들은 선수의 심각한 햄스트링 부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근육에 무리를 가하면 나오는 혈액 속 크레아틴키나아제를 경기 전 반드시 측정한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출전·훈련을 금지한다. 기존 검사법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임상 전문가가 선수의 혈액을 채혈하고 별도의 진단 장비가 갖춰진 검사소로 혈액을 보내면, 이를 진단한 후 결과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장 안팎 어디서든 일반 선수 누구나 전문가 도움 없이 13분이면 검사가 가능한 심플렉스타스를 찾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심플렉스타스는 원심분리기가 내재돼 있어 이런 부가기기(원심분리기)가 필요 없다. 심플렉스타스는 세계 최초 혈구 방해 작용을 제거한 POCT이다. 혈액 단 한 방울이면 혈장 분리, 효소 반응, 진단 등이 한 번에 이뤄진다. 이 대표는 "마치 1차, 2차 침전지, 여과 시설 등 하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물이 정화되듯, 혈액 속 불순물을 순차적으로 제거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한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미국, 유럽, 중국, 국내 등에서 특허도 갖고 있다.



이 제품의 강점은 휴대가 용이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만성질환 POCT 시장은 일본 후지필름의 후지드라이캠 제품이 석권하고 있고 미국 에보트, 스위스 로슈, 독일 지멘스 등도 나머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가 가능한 제품은 현재 타스컴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타스컴 제품은 축구공 크기에 3㎏ 무게로 작고 가벼워,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고 기내 반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은 공중전화기 정도 크기에 10배 정도 무거운 33㎏ 무게라 휴대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혈액 이송 거리를 감안할 때, 검사에 최소 1~2시간이 소요됐지만, 이 제품은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13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이 대표는 "정확도 역시 95% 이상으로 유럽 가이드라인을 충족해 높은 수준"이라며 "유럽 한 축구팀 구단주는 원정경기 때마다 너무 편리하다며 벌써 6대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타스컴은 전 세계 정부 입찰 시장에서도 상당한 일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관계기관인 혁신적진단기기재단(FIND)이 타스컴 제품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연내 임상이 완료돼 추천 기기로 등재될 경우 수백억원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경없는의사회’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국내 200개 한의원과 동네의원 등에도 납품 중이다. 그는 “한의원에서 환자 맞춤형 한약을 지을 때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회사 전망이 밝아 투자유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타이온파트너스, CKD창업투자, KDB인베스트먼트, GMB인베스트먼트 등이 잇따라 투자를 단행했다.

타스컴은 기존 17가지 진단항목을 40가지로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연간 100억원대인 매출을 3년 내 두 배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2년 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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