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로서 마지막 홀을 마무리하는 유소연(34)의 얼굴은 마냥 밝았다. 그는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며 그린에 올랐고 신중하게 마지막 퍼트에 성공했다. 투어 생활을 끝내는 유소연이 ‘라스트 댄스’를 추자 동료들은 뜨겁게 축하했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고진영(29),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이 환하게 웃으며 껴안아 줬고, 그린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혜진(25), 유해란(23), 안나린(28) 등은 꽃다발을 건넸다. 세계 랭킹 1위를 자랑했던 유소연이 16년간의 선수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유소연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런즈의 칼턴우즈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790만달러) 2라운드를 끝으로 투어를 떠났다. 자신이 메이저 우승을 따낸 대회에서 마지막 춤을 추면서다. 1·2라운드에서 각각 5오버파, 2오버파를 해 커트 탈락했지만 표정은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단 한 번도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유소연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LPGA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수가 될지 생각하는 데 사로잡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고 했다.
12년간의 미국 투어 활동은 사람을 지치게 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기간에 유소연은 한국에 9개월간 머물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는 순간의 행복을 투어 활동 중에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이제 인생 2막에 나선다. 그는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고 골프가 없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주니어 선수를 돕는 일을 하고 싶고, 또 골프장을 설계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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