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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약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섬. 거대한 원전을 바라보는 자리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온칼로’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원전을 가동하는 전 세계 국가가 내년 완공될 온칼로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 가동하는 고준위 방폐장이어서다. 파시 투오히마 온칼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외딴섬에 있지만 온칼로를 직접 보기 위해 세계에서 매년 2만여 명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원전 가동 이듬해인 1978년부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검토했다. 핀란드 의회는 1983년 장기 로드맵을 세워 정부를 지원했다. 방폐장 건설엔 여야 구분이 없었다. 핀란드의 대표적 좌파 정당인 녹색당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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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장기 로드맵을 짜고 국민을 차근차근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핀란드 원자력방사능안전청(STUK)의 카이 하말라이넨 핵폐기물시설 규제분야 수석고문은 “최대한 안전한 방폐장을 만들 수 있도록 원전과 에너지, 지질학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논의하고 검증한 결과 올킬루오토섬을 적합한 후보지로 결정했다”며 “주민들에게 방폐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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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 방폐장 매립지를 직접 보면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다. 온칼로 입구에서 경사 10도의 구부러진 땅굴 도로를 자동차로 15분간 달려 내려가면 고준위 방폐물 매립지가 나타난다. 지하 420m 위치다. 10m 간격으로 파인 지름 1.5m의 구덩이는 텅 비어 있다. 파시 투오히마 온칼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내년부터 매립지에 캐니스터(금속 밀봉용기)로 감싼 사용후 핵연료들이 차례로 묻힐 예정”이라며 “저장고가 가득 차기까지는 100~12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는 방폐장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방폐장 착공 10년 전인 2006년 온칼로 방문자센터를 열었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관람객은 비행기를 안심하고 타듯 원전과 방폐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날 온칼로 방문자센터 앞엔 헬싱키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노란색 관광버스가 서 있었다. 학생들은 방폐장과 원전의 원리에 대한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리카 메키넨 교사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전과 온칼로를 직접 보려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우라요키=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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