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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청라스퀘어7 건물 외벽에는 ‘반값 임대료’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1~2층 상가는 70%가량 비었고, 3층 영화관만 정상 운영 중이었다. 건물 2층에서 가게를 하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임차인이 하나둘 떠났다”며 “일부 임대인은 관리비만 내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고금리와 공실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2~3년간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많이 공급한 수도권 택지지구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수익을 내기는커녕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한 임대인은 분양가 이하로 손절매하거나 경매행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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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뭄’ 현상이 길어지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임대인은 경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경매로 나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포 장기동 C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66㎡ 1층 상가는 분양가가 7억원이었는데 4년째 공실 상태”라며 “임대인도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행사도 코너에 몰린 건 마찬가지다. 한때 ‘상가의 꽃’으로 불리며 분양 흥행을 보장하던 아파트단지 내 상가조차 미분양이 나온다. 상가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춰도 분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경기 광주에서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땐 3.3㎡당 5000만원에 분양해도 계약이 수월하게 이뤄졌는데 요즘은 3000만원으로 낮춰도 초기 계약률이 10% 미만”이라며 “고금리 여파로 상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97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82.7%(808곳)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2022년 403건에서 지난해 688건으로 70.7% 늘어났지만, 낙찰률은 45.0%에서 28.9%로 뒷걸음질 쳤다.
경매 시장에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금리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경매 물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경매락 대표도 “상업용 부동산은 대부분 투자 수요여서 공실 상태인 물건을 싸게 사도 손해”라면서도 “직접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했다.
김포=심은지/인천=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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