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율" vs "열어두고"…영수회담 의제 협상 난항

입력 2024-04-25 18:56   수정 2024-04-26 02:12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개최를 위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실무회담이 좀처럼 성과를 못 내고 있다. 25일 2차 실무협의에서 ‘구체적 의제를 정해 결과까지 만들어 놓고 만나자’는 민주당의 입장에 대통령실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자’며 맞섰다. 회담 성격과 형식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며 진통이 이어졌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천준호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40여 분간 만나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를 했다. 회동 후 천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선 1차 실무협의에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채상병 특검법 수용,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 등을 대통령실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실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용 있는 회담이 되도록 대통령실의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날 협의와 관련해 천 실장은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홍 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시급한 민생 과제를 비롯해 국정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정 의제에 대한 결과물을 미리 만들어 놓고 만나기보다 일단 만나서 이 대표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구체적 사안별 요구를 ‘수용·불수용’으로 잘라 답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회동 전에 제안의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는 민주당 요구는 “법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여야 합의로 결정할 문제에 대해 여당을 건너뛰고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안별로 접근하며 영수회담을 한 사례도 없다”며 “광의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민주당 요구대로라면) 의제를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 측 제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재영/양길성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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