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소조항" vs "돈 요구"…민희진·하이브 협상 왜 깨졌나

입력 2024-04-28 14:35   수정 2024-04-28 18:09

이 기사는 04월 28일 14: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간계약 수정 협상이 최종 무산된 가운데 결렬 배경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풋옵션 행사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려는 '돈 욕심'이 원인이라고 공개한 반면 민 대표 측은 하이브 측이 여전히 경업금지를 주장해 협상이 파행에 이르렀다고 각각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작년 3월 하이브와 체결한 어도어 주주간계약(SHA)에 불합리한 조항이 있다 보고 그해 11월경 수정을 요청했다. 하이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작년 12월 마크업(Mark-UP·수정제안) 절차가 착수됐지만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올초 최종 결렬됐다.

민 대표 측이 원한 건 경업금지 조항의 완화였다. 어도어 주식이 한 주라도 남아있거나 대표이사로 있으면 경업금지가 유효하니, 풋옵션이 걸려있지 않은 4.5% 지분이 양도 제한되는 문제를 푸는 데에 집중하려 했다.

양 측의 계약 5조에 따르면 민 대표는 전체 지분 18% 중 13.5%에 대해서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지분을 한 주라도 팔려면 하이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 대표 측은 주주간계약 내 '주식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만 주주간계약 효력이 끝난다는 11조 조항까지 고려하면, 하이브가 작정하고 주식을 사가지 않을 경우 평생 회사에 묶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 대표가 이 부분을 해결해달라고 하자 하이브가 양도제한 약정은 풀어줄테니 대신 의무 재직기간을 연장하자고 맞불을 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민 대표의 의무 재직기간은 어도어 설립일(2021년 11월)로부터 5년(2026년 11월)인데 이를 8년(2029년)으로 3년 더 늘리고, 풋옵션 행사도 올해 연말이 아닌 더 늦은 시점으로 조정하자는 안을 꺼냈다. 하지만 경업금지를 완화하려는 게 목적이었던 민 대표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앞서 주주간계약상 민 대표는 전체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쥐고 있더라도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기간동안은 경업금지에 묶여있게 돼 있다.

그렇게 나오게 된 제안이 풋옵션 행사가격 인상이었다. 민 대표 측은 재직기간을 은퇴시점까지 늘릴 거라면 풋옵션 가격이라도 업계 평균에 맞게 조정하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 측 입장에선 원하는 것을 받아내기 위해 꺼낸 일종의 협상 전략 카드였지만, 하이브가 협상 중 오간 주장 중 가격 인상만 외부에 공개한 것에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제안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미 1년 전 상호합의 하에 체결됐던 계약서를 수정하려면 하이브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민 대표의 요구는 이를 벗어난 과도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하이브가 꼽은 협상 결렬의 원인은 민 대표의 과도한 욕심이다. 민 대표 측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려달라 했다는 게 하이브의 설명이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가치에 따라 자연히 행사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민 대표가 풋옵션 행사가를 높여 결국엔 이를 어도어 경영권 찬탈에 악용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볼모로 회사에 분쟁을 일으켜 어도어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뒤, 높은 값에 지분을 하이브에 팔고 그 대금으로 투자자와 함께 회사를 다시 노렸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감사 과정에서 나온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간 대화에서 추론한 시나리오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2025년 1월 2일 풋옵션 행사 exit(투자금 회수)' '재무적 투자자 구함' '(하이브에 대한) 권리침해 소송 진행' '뉴진스와 전속계약 새로 체결' 등의 계획이 담긴 대화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20% 전체에 풋옵션을 인정해주느냐'에 대해서도 양측의 설명이 엇갈린다. 하이브는 협상 당시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올해 11월부터 풋옵션이 걸려있지 않은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모두 사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보낸 마크업엔 이 같이 명시된 내용은 없었다"며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재직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과도한 보상만 주장하면서 경영권 찬탈을 모의한다고 판단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애초 불합리한 조항을 고쳐줄 의사조차 없었다는 불신이 커졌다. 결국 양측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양측 모두 주주간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비밀유지조항 탓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가처분 신청에 따른 심문이 공개 개시될 경우 구체적인 진위 여부 파악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은 / 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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