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월엔 2800 간다"…증권가 '파격 전망' 쏟아진 이유

입력 2024-05-02 16:59   수정 2024-05-02 17:05



1분기 상장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5월 코스피지수가 최고 2800 안팎을 기록할 것이란 증권가 예상이 나왔다. 지난달 고금리·고환율 충격으로 지수가 한 차례 꺾인 후 반등하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전력기기, 자동차 등 실적이 탄탄한 업종 중심으로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호실적이지만 금리 우려에 '박스피' 전망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5월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2800 수준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NH투자증권이 2600~2830을 제시해 가장 상단이 높았고, △삼성증권 2550~2800 △키움증권 2550~2800 △KB증권 2600~2820 △대신증권 2600~2820 등도 비슷한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683.65에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4.3%가량 더 상승할 여력이 남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3월 말 코스피지수가 이미 2746.83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박스권' 장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실적 시즌 중 코스피지수는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5월 증시에서 공격적 베팅은 부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상장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 폭이 제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71곳 가운데 절반인 36곳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를 10% 이상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미국 채권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3월말 2746.83에서 지난달 17일 2584.18까지 밀렸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아 금리 인하 지연을 넘어 추가 인상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전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FOMC 결정이 금리 인상은 아닐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만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목표(2%)에 대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며 금리 인하가 당초 기대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고금리 수준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금리 영향은 증시에 이미 많이 반영돼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 실적이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적 탄탄한 반도체, 자동차 등 집중"
전문가들은 박스권에서도 실적이 탄탄한 반도체·자동차·전력기기 등 주도주들은 여전히 매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종목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기, HD현대일렉트릭, HD한국조선해양 등을 각각 꼽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반도체주와 전력기기주들의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고환율 장세로 조선주들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외에도 2분기 실적 전망이 상향 중인 유틸리티, 증권, 화장품·의류 업종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에서 순환매 기회가 생긴다는 예상이다.

외국인도 지난달 고금리,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실적 개선주를 사들였다.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72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초 이후 4개월 연속 매수 우위다.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2조1118억원)와 현대차(8030억원)가 외국인 순매수 1, 2위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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