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회당 제작비가 얼마인가요? 우린 1억8000만원으로 그에 상응하는 광고 판매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한 예능 스튜디오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예능의 '가성비'를 강조하며 한 발언이었다. 지난 28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제작비는 16부작에 총 560억원, 회당 3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줄어드는 광고 매출, OTT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시청층 이동하는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예능이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KBS와 SBS 등 지상파 방송과 KT의 지원을 등에 업은 ENA까지 최근 진행한 라인업 설명회에서 회당 수십억씩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드라마보다 신규 예능 출시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보다 적은 제작비에 비슷한 시청률, 광고 판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예능 중 '대박'을 터트릴 "국민 예능"이 선보여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KBS 신규 프로그램 라인업 설명회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5편이 소개될 동안 드라마는 새 월화드라마 '함부로 대해줘' 한 작품만 언급됐다. KBS는 앞서 수목드라마 시간대를 폐지하고 월화드라마, 주말드라마, 1TV와 2TV 일일드라마 등 일주일에 총 4편의 드라마 편성만 유지하고 있다. '함부로 대해줘'는 현재 방영 중인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후속으로 준비됐다.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이적, 에스파 카리나 등이 출격하는 '싱크로유'를 비롯해 '하이엔드 소금쟁이', '2장1절', '더 시즌즈'에 오디션 프로그램 'MA1'까지 공개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TV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올해 1400억원가량 적자 예산을 편성한 KBS가 "예능에 힘을 제대로 줬다"는 반응이 흘러나온 이유다.
SBS 역시 유재석과 '런닝맨' 최보필 PD가 다시 뭉친 '틈만나면'을 지난달 23일 첫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오는 6월 '더 매직스타', 하반기에 '정글밥'까지 출격을 예고했다. '런닝맨'과 '미운 우리 새끼' 등 전통적인 강자가 끌고,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변화를 꾀한다는 각오다. MBC도 지난달 29일 '푹 쉬면 다행이야'를 선보인 데 이어 5일 '송스틸러'가 첫 방송 된다.
KBS 예능센터장 출신 김호상 PD가 대표로 취임한 스카이라이프TV의 채널 브랜드 ENA 역시 올해 총 12편의 예능프로그램을 방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올해 ENA 방영이 확정된 드라마는 다음 오는 13일 첫 방송 되는 이민기·허성태 주연 '크래시' 외에 손현주·김명민 '유어 아너', 신혜선·이진욱 '나의 해리에게', 김세정·이종원 '취하는 로맨스', 고현정·려운 '별이 빛나는 밤'(가제) 등 5편이었다.
ENA는 그동안 김태호 PD의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했다. '나는 솔로'가 2%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SBS플러스에서 처음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ENA의 성과로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간판 프로그램이 없기에 '나는 솔로'와 관련해 연출자인 남규홍 PD가 작가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문체부에 고발까지 당했지만, 채널 차원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ENA 측은 "'제2의 '나는 솔로'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백종원이 제시하는 혹독한 미션을 수행하는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눈떠보니 OOO', 'KPOP 차트쇼' '언더커버' '현무카세' '내 아이의 사생활' 등을 선보인다. 또한 '나는 솔로'와 같은 방식으로 EBS와 공동제작으로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2'를 방영한다.
앞서 진행된 KT미디어데이에서 KT 미디어플랫폼사업부장 김훈배 전무는 "지난해 ENA가 적자가 났다"며 "기대한 것보다 광고시장이 더 위축되고 제작비가 급속도로 늘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카이라이프TV는 1대 주주인 KT스카이라이프와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에 유상증자를 통한 300억원의 자금 수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규로 선보일 예능 프로그램들이 ENA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예능 제작 관계자는 "예전엔 '이게 재밌나'만 생각했다면, 요즘은 '이게 돈이 될까'를 함께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며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익성을 고민하고, 돈을 버는 프로그램이 오래갈 수 있다는 것에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예능 제작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경쟁은 치열하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포맷 수출을 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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