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배터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면 나트륨 배터리에 투자할 것인가.” 지난 3일 서울대 이차전지혁신연구센터(IRC) 주최로 열린 ‘제1회 현안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이다. ‘소듐 배터리’로도 불리는 나트륨 배터리는 세계 1위 배터리 셀 제조사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이 “전고체가 아니라 소듐이 차세대 배터리의 대안”이라고 말할 만큼 중국이 리튬·인산철(LFP)에 이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미래 배터리다. 이에 대해 강기석 IRC 센터장 등 참석자들은 “나트륨 배터리가 정말 저가로 제조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본 투자 여력을 감안하면 한국이 강점을 갖춘 리튬 배터리의 제조 혁신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선 나트륨 배터리의 미래가 ‘현안’ 토론 의제에 올랐다. 나트륨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에 장착되며 상용화되기 시작됐다. 르노와 중국 장링그룹의 합작사인 JMEV가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의 나트륨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지난해 말 최초로 출시했다. 나트륨은 리튬 매장량보다 440배 많은 흔한 원자재라는 점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나트륨 배터리가 LFP를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포럼 참석자들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 학회에 다녀왔는데 나트륨 배터리를 선도하는 학자가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며 “실제 상용화가 어려워지자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배터리산업의 방향에 대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저가 배터리의 성능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며 “중국과 비교해 우리의 강점은 고품질과 안정성이라는 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나트륨 배터리에 대해선 아직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며 “연구 성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프리미엄 리튬 배터리의 공정 혁신을 통해 미드 마켓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기차 수요 부진이 3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2026년 후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시장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차전지혁신연구센터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내 배터리 분야 ‘연구허브’다. 정부는 지난해 12개 첨단 테크놀로지와 관련해 컨트롤타워를 선정했는데, 배터리 분야에선 서울대가 낙점됐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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