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연구소는 “1분기 수주 호조를 보인 건 카타르에서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대규모 수주한 데 따른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며 “2분기부터는 이런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1분기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449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보다 32.9%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카타르에서 거둔 물량이다.
연구소는 그동안 국내 조선 3사가 주로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발주가 지난달부터 급감한 사실도 지적했다. 국내 조선사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암모니아 운반선(VLAC), 탱커 등으로 도크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척당 수주금액은 LNG 운반선의 절반가량에 그친다. 그만큼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조선 3사의 건조량이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았다. 연구소는 “예정된 인도량 등을 감안하면 월평균 90만CGT 이상 건조해야 하는데 1분기엔 월평균 82만CGT에 불과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조기에 적응시키는 등 생산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조선사의 공격 영업도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중국 조선사들은 최근 들어 일본 업체들이 가져간 중형선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연구소는 “중국 조선사의 점유율을 한국이 넘어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터라 점유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중국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 경험을 빠르게 쌓는 건 부담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는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액화수소 운반선 등 신규 선종을 개발해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전략이다. 연구소는 “정부는 조선업에 대해 ‘좋을 때는 기간 산업, 어려워지면 사양 산업’이란 이중적인 잣대를 버리고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일관적인 산업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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