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7일 16: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DL건설이 연대보증한 122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를 떠안기로 했다.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시행사를 대신해 보증을 이행하는 것이다. ‘부동산 빙하기’에 접어든 시점에 물류센터 자산을 떠안은 시공사들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L건설은 원채무자인 시행법인 에스피씨군량물류가 파산을 신청해 연대 보증 채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인수하기로 한 금액은 1220억원이다. 에스피씨군량물류가 이천 군량리 물류센터 신축사업의 담보대출을 받을 때 DL건설이 연대 보증을 했다.
DL건설의 채무 인수에 따라 대주단은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대주단은 우리금융캐피탈(265억원), 우리종합금융(190억원), IBK캐피탈(180억원), 하나캐피탈(180억원), DB저축은행(90억원), 신한캐피탈(85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에스피씨군량물류가 개발을 추진해온 이 물류센터는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에 소재해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연면적 기준 5만3719㎡(1만6250평)에 달한다. 지난해 준공을 마무리한 자산이다.
DL건설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책임준공을 했으나 발주처 귀책으로 EOD(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해 이에 따른 대위변제까지 완수하고자 한다”며 “이에 따른 재무적 문제는 없으며 효율적 자금 회수를 통해 대위변제 금액 이상으로 클로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무 능력이 없는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가 빚을 떠안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을 맡은 경기 안성 가유지구 물류센터 채무 995억원을 떠안기로 했다. 인허가를 제때 받지 못해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9만6016㎡(2만9044평)의 대형 물류창고로, 차주인 시행사 고삼물류가 2021년 5월 본PF 대출을 받았다. PF 대주단은 메리츠화재(870억원) 등 선순위 970억원과 한국투자증권(150억원), 하나증권(150억원) 등 후순위 3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물류센터를 떠안는 시공사들은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DL건설은 내년까지 물류센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공매로 자산을 인수해 자체 사업으로 전환했다. 추후 공사를 마무리해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경기 남부권을 비롯해 많은 물류센터가 지어졌는데 고금리로 인해 물류센터 자산 매각이 어렵다”며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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