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에 선 김 회장은 청산유수였다. 수천만원, 수억원씩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에게 “기존 사업은 엎어졌고, 부실채권(NPL) 투자로 재기하겠다”고 하자 강연장 분위기가 일순간 달라졌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돌려막겠다는 말에 불과했으나, 참가자 일부는 “회장님을 끝까지 믿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본지는 7일 부동산 투자 플랫폼 업체인 케이삼흥이 투자를 가장한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집계된 피해액만 1300억원이고 전체로는 3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큰 사기 사건이다.
케이삼흥의 투자자 모집 방식은 처음부터 계획적 사기였다. 서울의 한 지사 직원인 A씨는 “김 회장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신뢰를 심어놓고, ‘연 20%는 쉽게 벌 수 있다’며 계속 세뇌했다”고 했다. 노인들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김 회장의 화술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부 고위 직원들조차 지속 불가능한 사업인 것을 알면서도 고액의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초반 신뢰 쌓기에 공을 들이는 방식으로 환심을 샀다. 예전에 받았다는 정부 표창을 사무실 곳곳에 전시했다. 작년 11월엔 고향에 공적비를 세우는가 하면, 기부도 적지 않게 했고, 그때마다 홍보성 기사를 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기획부동산 쪼개 팔기’ 사기를 처음 고안한 인물이다. 피해자들은 이런 이력을 아는데도 철석같이 그를 믿었다. 이런 김 회장 행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후광 쌓기’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신뢰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사기 이후에도 변제를 약속하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심리 조종”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을 포함한 케이삼흥 경영진은 지금도 “고소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투자반환 이행확약서’를 쓰면 3년간 원금을 갚겠다”고 피해자를 설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 싸움을 시작하려는 피해자 의견이 흩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케이삼흥의 한 직원은 “시간 벌기”라고 단언했다.
본지는 추가 피해를 막고자 케이삼흥과 김 회장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년 전 사건은 무죄였고, 나를 너무 색안경만 끼고 보지 말라”고 항변했다.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꾼’이 있는 한 사기를 뿌리 뽑긴 어렵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기 행각이 드러나고 있는 이상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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