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가격 올리면 美선 발길 '뚝'…한국선 '타격 없는' 이유가

입력 2024-05-07 21:00   수정 2024-05-07 23:10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미국 대형 식음료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국내 시장에선 비슷한 인상 조치에도 여전히 이들 프랜차이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배경이 주목된다.
치솟은 식음료비에 美소비자들 지갑 닫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후 소비자 충성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가격을 인상한 식품 회사가 시장에서 외면받게 됐다고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데이터를 인용해 올 3월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19년 대비 26% 상승했고,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의 경우 33%나 올랐다고 했다.

WSJ는 “슈퍼마켓이나 식당의 식품 인플레이션 속도는 최근 1년간 둔화됐지만, 햄버거에서 마요네즈까지 상품 가격은 여전히 과거보다 훨씬 비싸다”며 “팬데믹 이후 3년간 식품 회사들은 급격한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고수할 것이라 말했지만 일부 소비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맥도날드·스타벅스 등을 이 같은 사례로 들었다.


이용객 감소는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패스트푸드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실적에도 반영돼 맥도날드의 1분기 주당 순익은 2.7달러로 시장 예상치(2.72달러)를 밑돌았다.

맥도날드 경영진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지출 억제 분위기가 뚜렷하다면서 "최근 소비 감소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경고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맥도날드 같은 식당을 방문하는 대신 식료품점에서 보다 저렴한 식음료 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도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하고 순이익은 무려 15%나 줄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1분기 스타벅스 미국 매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 2010년 이후 가장 큰 분기별 감소폭을 보였다.
가격 올려도 맥날·스벅 건재한 한국은 왜?
이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인상은 국내 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맥도날드는 이달 들어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지난해 11월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한 지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버거 단품 가운데 치즈버거·더블 치즈버거·트리플 치즈버거 등은 100원씩 올리고 불고기 버거는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인상했다.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 역시 피자 단품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는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고 파파이스 역시 치킨, 버거 등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앞선 2022년 일부 음료 가격을 평균 5.7%(100~400원) 올린 바 있다.

이러한 가격 인상 조치에도 오히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다.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조2920억원의 매출을 거둬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적자폭을 줄였다.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또한 작년 매출 2조9295억원, 이익 1398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매출 12.9%, 영업이익은 14.2% 증가했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의 비싼 식료품 가격이 프랜차이즈 소비 수요를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주요 선진국이나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체감 물가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과일·채소 가격은 월등히 크게 뛴 것으로 조사됐다. 비싼 생산비와 다단계 유통구조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 1분기 월평균 과일류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1위 한국은 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배에 달했다. 이탈리아(11.0%), 일본(9.6%), 독일(7.4%) 등에서도 같은 기간 과일 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10% 안팎 수준이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가장 높았다. 신선 과일·채소류가 단일 품목으로 발표된 미국의 상승률은 올해 월평균 1.3%에 그쳤다.

이처럼 전반적 식료품 물가가 워낙 고공행진한 탓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체감할 만큼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에 사는 회계사 김모 씨(45)는 “가족들과 시장이나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면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끼 준비할 때 드는 비용에다 시간과 노력까지 감안했을 때 장바구니 물가와 비교하면 5000~7000원짜리 프랜차이즈 버거 세트나 45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톨 사이즈 기준)가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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