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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임직원도 한껏 들떠 있었다.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겠다”며 큰소리도 쳤다. 아무것도 없던 신설 법인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1조원의 돈 보따리를 싸 들고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신세계그룹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논란이 된 풋옵션을 당시 투자자들에게 준 이유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에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년 내 거래액(GMV)이 5조1600억원을 넘지 못하거나 복수의 증권사로부터 기업공개(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받지 못하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풋옵션이 달린 투자 유치는 사실상 대출에 가깝다. 그땐 아무도 5년 뒤 돌려줘야 할 투자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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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에 끼인 SSG닷컴의 존재감은 날로 희미해졌다. 5년 전 당연하게 여기던 상장이 이젠 먼 나라 얘기가 됐다. SSG닷컴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궁지에 몰린 SSG닷컴은 상품권 할인 판매를 통한 거래액 부풀리기 묘안까지 동원했다. 자체 발행한 상품권을 싸게 팔고, 이 상품권으로 또 다른 매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상품권 매출과 제품 판매 매출이 동시에 거래액으로 책정돼 거래액이 두 배로 잡히는 효과도 있다.
SSG닷컴 풋옵션 외에도 신세계그룹이 당면한 문제는 켜켜이 쌓여 있다. 2021년 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G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긴커녕 그룹 재무구조를 병약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돼버렸다.
당시 신세계그룹과 G마켓 인수 경쟁을 벌였던 롯데그룹은 인수 경쟁에선 졌지만 신세계그룹의 G마켓 인수 가격을 듣고선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분명 얼마 가지 않아 탈이 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 G마켓은 신세계그룹 다른 계열사와 별다른 시너지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그럴듯했지만 결과는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이지 머니’ 시절 신세계그룹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이었다. G마켓과 스타벅스, 더블유컨셉, SSG랜더스, 셰이퍼빈야드 등을 연이어 사들였다. ‘이지 머니’의 시대는 끝났다. 청구서는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번 풋옵션 사태는 그 시작을 알리는 경고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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