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8만원선에 안착했다. 지난달 초 좌절됐던 ‘9만전자’ 등정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매집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상승세를 탔다. 이번엔 기관도 가세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이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업황까지 끌어 올리고 있어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8만1300원에 마감됐다. 이달 들어 4거래일동안 4.9% 올랐다. 특히 전날엔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는 점에서 8만원선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선 이유는 지난달에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월말까지 삼성전자를 8903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뺀 것이다.
최근들어 외국인들을 움츠러들게 했던 악재들이 안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달러당 1400원을 터치한 뒤 하락세를 탔다. 전일 종가는 달러당 1361.5원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되살아나면서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덕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확산되진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최남단인 라파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기관도 삼성전자 주식 매집에 가세했다. 이달 들어 222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2조94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바 있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 분야 경쟁 심화에도 가격 프리미엄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며 “HBM 공급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는 물량을 위한 가격 경쟁이 아닌, 가격 프리미엄과 선제적 장기 공급계약 확보를 위한 성능 경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8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 HBM 제품으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2개를 쌓은 제품으로 추격하려고 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HBM 경쟁은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업황 회복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계 전반적인 전공정에 대한 보수적 투자기조 속에서 HBM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생산능력 손실은 판매자 시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HBM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D램 공급을 줄인다는 말이다. 이어 “AI 서버는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한 수요까지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D램 중심의 AI 산업 확대 논리가 낸드플래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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