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서울 이촌동 노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부열의 개인전은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작가의 서번트증후군이 한 가지다. 3세 때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그는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예술에서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한다. 다른 하나는 가족과의 전시회라는 것.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열린 그의 전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 등의 도움의 손길로 완성됐다. ‘가족의 손길로 빚은 예술’이란 제목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에는 30㎝ 자와 펜,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커다란 콧구멍과 크고 맑은 눈, 특유의 밝은 색채로 그린 그의 인물화는 입체파 거장 피카소의 작품처럼 강렬하다. 자를 들기 시작한 것도 오와 열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작업의 시작은 즉흥적이고 직관적이지만, 마무리 단계에선 철저하게 이성적인 치밀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발달장애인 최초 한국미술협회 정회원인 그는 30차례 개인전을 연 프로 작가다. 재능을 꽃피운 배경엔 JW중외제약이 있었다. 고(故) 이종호 JW 명예회장이 설립한 JW이종호재단은 2003년부터 10여 년간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을 후원했고, 2015년 JW아트어워즈를 제정하는 등 장애 예술인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2016년 JW아트어워즈 수상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은 “장애 예술인이 단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따뜻한 희망을 나누는 작가”라고 답했다. 전시는 15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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